<김삼기의 시사펀치> 정부는 왜 쿠팡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2026.01.09 07:25:56 호수 0호

외국 자본 유치와 관리가 충돌한 정책의 현장

“쿠팡이 있어 먹고사는 셀러와 운송사, 기사와 창고 인력, 그리고 소비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 사람들은 보지 않고 여론만 붙잡고 외국 자본 하나를 본보기처럼 두들기고 있다.”



쿠팡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KD물류 C 대표의 이 말은 오늘 한국이 외국 자본을 대하는 방식이 정책이 아니라 감정과 정치로 흘러가고 있음을 정확히 찌른다. 현장은 생존과 기회를 말하는데, 국정은 분위기만 바라본다. 이 간극이 지금의 쿠팡 논란을 키우고 있다.

몇 년 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을 때, 한국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국내에 투자해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여론을 지배했고, 일자리 유출과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손쉽게 동원됐다. 그 논리는 단순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강력했다. 해외 투자는 곧 애국의 반대말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시간은 그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미국의 IRA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현지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다. 공장을 짓지 않으면 보조금에서 배제되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대차의 투자는 탈한국이 아니라 탈락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이 판단이 상식이 됐다.

이제 같은 질문이 쿠팡 앞에 놓여 있다. 외국으로 나가는 자본에는 그렇게 예민했던 사회가, 왜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본에는 이토록 공격적인가. 나가는 돈에는 도덕을 요구하면서, 들어오는 돈에는 의심부터 들이대는 태도는 일관되지 않다. 정책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그 자본이 만들어낸 효과로 평가돼야 한다. 그 기준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쿠팡이 한국에 투입한 누적 자금은 약 6~7조원 수준이다. 이 자금은 물류센터와 자동화 설비, 전국 배송망 구축에 집중됐다. 중요한 사실은 이 돈이 한국에서 벌어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해외 투자자와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됐다.


여기에 더해 쿠팡은 향후 추가로 최대 9조원에 이르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실제 집행 규모와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한국 시장을 단기 수익 회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쿠팡은 성장 초기부터 적자 구조였고, 글로벌 자본이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했다. 그 돈이 한국의 인프라와 고용으로 전환됐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역시 같은 흐름이었다. 해외에서 끌어온 돈을 한국 땅에 깔아놓은 구조였다. 이것은 국부 유출이 아니라 국부 유입에서 출발한 모델이다.

그 결과는 수치로 분명히 드러났다. 쿠팡의 연 매출은 40조원대를 넘었고, 월간 이용자는 3000만명을 웃돈다. 수십만명의 셀러가 쿠팡을 통해 판로를 확보했고, 다수는 소규모 자영업자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지 못한 영세 사업자에게 쿠팡은 사실상 유일한 전국 유통 창구였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성장이 아니라 중소 상인의 생존 방식 변화다.

물류 측면에서 쿠팡이 만든 변화도 크다. 전국 200곳이 넘는 물류센터는 단순 창고가 아니라 지역 고용의 거점이 됐다. 직·간접 고용 인력은 8만명을 넘어섰고, 배송 기사와 운송사, 협력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효과는 더 넓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쿠팡 물류센터는 드물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기능해 왔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로켓배송과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활리듬 자체를 바꿨고, 가격 경쟁은 실질적인 체감 물가를 낮췄다. 이는 정부가 수조원을 들여도 쉽게 만들기 어려운 효과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사회에 남긴 실물적 성과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든 중소 운송사와 기사들이 적지 않다. 물론 갈등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와 계약, 표준의 문제지 기업 자체를 적으로 설정해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 지금은 이 구분이 의도적으로 흐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쿠팡이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기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에는 감정과 정치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실질적 쟁점들이 존재한다. 노동, 시장, 소비자, 그리고 정책 관계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분명하며, 이 부분을 외면한 채 쿠팡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물류센터와 배송 현장은 속도·물량 중심 구조로 신체적 부담이 크고, 직접 고용 확대에도 계약직·위탁·용역이 혼재돼 고강도 노동과 책임 주체 논란이 이어져 왔다. 로켓배송과 무료 배송 기반의 가격·속도 경쟁은 소비자 편익을 키운 반면, 중소 셀러와 경쟁 플랫폼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플랫폼 의존 심화로 수수료·노출 정책 변화에 취약해지고, 자체상품(PB)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구조적 문제는 분명하다. 할인과 무료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 패턴은 가격 왜곡과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추천 알고리즘과 노출 구조의 불투명성도 지적된다.

한편 쿠팡은 국내 고용과 투자 효과에도 지배·수익구조를 이유로 정치·여론의 표적이 되기 쉬운 반면,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운영 단계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요약하면, 쿠팡의 문제는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초고속·초대형 플랫폼의 등장 속도를 기존 제도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특정 기업을 정치적 상징물로 만들어 응징하는 것이 해법일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점은 ‘위법 여부’가 아니라 ‘압박의 방식’이다. 최근 불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수천만명의 정보가 노출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이 점에서 쿠팡 역시 예외일 수 없고, 잘못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의 강도보다 정부 대응의 범위와 방식이다. 대통령실의 긴급회의, 국세청의 대규모 특별 세무조사, 검찰의 압수수색, 국회의 다중 상임위 청문회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행정·사법적 점검을 넘어선다. 마치 한 기업을 상대로 정부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순차적으로 동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보 보호는 기업의 기본 책무지만, 법적 책임과 사회적 낙인은 구분돼야 한다. 특정 사안을 계기로 기업 전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축적된 반감과 정치적 요구를 한꺼번에 투사하는 방식은 정의라기보다 정치적 응징에 가깝다. 규제는 정확해야 하고, 처벌은 비례해야 하며,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쿠팡의 독주가 문제라면 해법은 명확하다. 다른 플랫폼 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본 유입과 산업 환경을 설계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규제와 정서의 벽이 경쟁자를 막고, 이미 들어온 외국 자본만 표적이 된다. 경쟁 없는 규제는 산업도 소비자도 보호하지 못한다.

정부는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투자하면 결국 이렇게 취급된다는 신호를 줄 것인가, 아니면 명확한 규칙과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한다. 전자를 택한다면 제 2의 쿠팡은 없다. 자본은 기억하고, 시장은 더 빠르게 떠난다.

문제는 쿠팡 이후를 설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을 부르지도 못하고, 들어온 자본을 관리하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산업은 자라지 않는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쿠팡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책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국익이며, 피할 수 없는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와 여당은 KD물류 C 대표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