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1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용역업체 비오워크가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오워크와 농협유통이 10년 넘게 수십억원대 독점 계약을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위탁계약서와 계약체결 총괄표,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단순 용역임에도 경쟁입찰이 장기간 배제됐고, 이 과정에서 ‘쪼개기 계약’과 ‘입찰 무력화’ 의심 정황이 드러났다. 농협중앙회가 2025년 집행한 수의계약 20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대다수는 2000만원 미만의 소액이거나 IT 보안·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 대체가 어려운 전문 분야였다.
유착 의심
반면, 농협유통과 비오워크의 거래구조는 이와 달랐다. 비오워크는 2015년 최초 계약 당시 단 한 차례 제한경쟁입찰을 거친 뒤, 2016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주차 관리, 카트 운영, 미화 등 단순 인력 중심 용역을 사실상 단독 수행해 왔다. 경쟁입찰은 사라졌고, 계약은 매년 자동 연장에 가까운 형태로 이어졌다.
2025년 한 해 계약액은 약 39억6000만원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계약 규모는 약 24억원에 달한다. 이는 농협중앙회의 수의계약 건당 평균 금액(약 3억원)의 8배를 넘는 수준이다. 단순 용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고액·장기 수의계약이다.
문제는 계약 방식이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용역 위탁 계약서’ 제4조는 계약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정하면서, 신규 계약체결 전까지 최대 3개월 범위 내에서만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는 입찰 공백을 막기 위한 예외 조항이다.
그러나 실제 계약체결표를 보면 이 조항은 예외가 아니라 상시 수단처럼 활용됐다. 2022년에는 8월부터 12월까지 한 차례, 2023년에는 16월, 7~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계약이 쪼개졌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은 2023년 12월을 끝으로 중단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현 농협중앙회장이 선거를 앞두고 비오워크로부터 1억원 상당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가 특정한 뇌물을 제공했다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전문가들은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을 짧은 기간으로 분절하면 이사회 의결, 외부 감사, 내부 통제 대상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계약서상 해지 요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유지됐다는 점도 논란이다. 계약서 제18조는 허위 서류 제출, 계약 조건 위반, 또는 계속 업무 위탁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전 통지 절차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농협유통은 비오워크와의 계약을 유지했다. 이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비오워크 관계자가 강호동 회장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함께, “회장님은 지킬 게 많죠?”라는 협박성 문자가 공개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강 회장과 비오워크 수상한 거래
연간 40억 ‘계약 쪼개기’ 정황
해당 문자 이후 농협유통이 나라장터를 통해 추진하던 경쟁입찰이 돌연 취소된 정황도 확인됐다. 경쟁을 통한 가격 절감 가능성이 의도적으로 차단됐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황은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복수의 법적 쟁점으로 확장된다. 우선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농협중앙회장이 법률상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공공성을 가진 특수법인 임원으로서 직무 관련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에서 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 제공죄 성립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기간 독점 계약 유지라는 ‘직무상 편의 제공’이 대가관계로 인정될 경우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 경쟁입찰을 배제한 채 고액 계약을 반복 유지해 농협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면, 계약을 승인·유지한 농협유통 및 상급 기관 관계자들은 업무상 배임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경쟁입찰이 이뤄졌다면 절감 가능했던 비용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액 역시 쟁점이 된다.
협박성 문자 이후 입찰이 취소된 정황은 입찰 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도 연결될 수 있다. 계약을 잘게 쪼개 내부 통제와 감사의 문턱을 피해간 구조 역시 위법 또는 부당 행정 여부가 감사 대상이 된다. 더 나아가 계약서상 해지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과정은 직무유기 또는 중대한 관리·감독 소홀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정보 비공개와 자료 폐기 문제도 남는다. 비오워크 계약 총괄표 하단에는 “이전 기업 자료는 폐기되어 제출 불가”라는 문구가 명시돼있다. 이는 비오워크 진입 당시 단가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사라졌음을 의미하며, 과거와 현재 계약 조건을 비교·검증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차단한다.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감사 방해 또는 증거인멸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유통은 ‘입찰 준비 시간 부족’을 이유로 내년에도 비오워크와 한시적 수의계약 연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년간 경쟁을 배제해 온 구조를 감안하면, 이제 와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유착 구조가 고착화됐음을 자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수의계약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장 조항이 상시 계약 수단으로 활용되고, 해지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약이 유지되는 현실은 이 혁신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경쟁이 배제된 채 지급된 수백억원의 용역비는 농협 예산의 누수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1억원 뇌물 의혹이라는 불씨 뒤에는, 경쟁입찰이 이뤄졌다면 절감할 수 있었을 수십억원의 ‘보이지 않는 자금 유출’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따라 감사원 감사 청구 필요성도 제기된다. 감사 대상은 농협중앙회 및 농협유통이며, 감사 쟁점은 2015년 이후 비오워크와 체결한 모든 용역 계약의 계약 방식과 내부 결재 과정, 쪼개기 계약의 적법성, 입찰 취소 경위, 뇌물 의혹 제기 이후 계약 유지 결정 과정, 과거 단가 비교 자료 폐기 경위, 수의계약으로 인한 재정 손실 규모 산정 등이다.
단순 용역인데 경쟁입찰 배제
경찰 수사 진행 중…결과 주목
이번 사안은 단순 계약 관행을 넘어 부패 가능성과 구조적 유착, 내부 통제 붕괴 여부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개인 비리 의혹을 넘어, 농협이라는 거대 협동조합 조직의 계약 시스템과 책임 구조 전반을 다시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 비용은 이미 농민 조합원들이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강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 1억원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20억원대 핸드크림 리베이트 의혹까지 잇따라 터져 나왔다. NH농협생명은 지역 농·축협의 보험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판촉용으로 핸드크림 3종 세트를 세트당 2만원(생산 단가 1만1000원)의 가격으로 모두 10만개(20억원 상당)를 수의계약으로 지난해 12월 발주했다.
하지만 납품기한 내 실제 보급량은 절반인 5만개에 불과했고, 실질 납품업체는 현재 대기 발령된 농협생명 3급 고위 직원의 여동생이 운영하는 전남 완도 소재 피부숍으로 밝혀졌다. 단가는 세트당 2만원으로 총액은 20억원에 달했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당시 농협생명 부사장이었던 박병희 현 대표까지 결재 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농협생명에 납품된 핸드크림은 10억원어치(5만개)에 불과해 나머지 10억원을 횡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농협금융지주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뒤늦게 나머지 5만개가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생명 측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분할해 납품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금융 내부에선 이 석연치 않은 계약이 리베이트를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농협 관계자는 “단순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간에 빼돌리려 했던 돈이 농협 내부에 만연해 있는 리베이트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약 재조명
농협생명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를 감사한 이후 농협생명도 현재 감사 중인 상황이라서 세부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크림이 기한 내 납품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타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시 구매한 핸드크림은 해당 기업 제품이 맞다”며 “시기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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