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공공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국가 예산을 유용해 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회의비’라는 명목하에 나랏돈으로 커피도 마시고 심지어는 회식도 했다. 회의 장소도 다양했다. 삼계탕집부터 한식당, 빵집, 샌드위치 가게, 마트까지 있었다.
해당 사안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접수된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권익위는 제보 내용을 검토한 뒤 소관 부처인 산림청으로 사안을 이첩했고, 산림청은 이를 토대로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일반수용비 집행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퇴근 후 회의?
조사 결과, 진흥원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반수용비로 식비 및 다과비를 지속적으로 지출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진흥원은 총 359회에 걸쳐 약 5400만원 상당의 식비·다과비를 일반수용비로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사업비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일반수용비는 주로 사무실이나 회의실이 아닌 외부 식당과 카페에서 사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회의비 명목으로 결제된 장소를 확인한 결과 카페와 한식당, 샌드위치 가게, 빵집 등 다양한 장소가 포함돼있었다. 실제 회의가 진행됐다는 장소들은 회의를 진행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만큼 협소한 곳이 많았다.
심지어는 근무시간 중 점심 식사뿐 아니라 퇴근 이후 저녁 시간대 결제 내역도 포함돼있었다. 2023년도 사업비 카드 내역에서는 밤 9시경 결제된 건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비대면 산림○○○ 운영 회의비’라는 명목으로 해물○○이라는 음식점에서 22만6000원이 결제됐는데 해당 음식점을 찾아보니, 조개요리 전문점이었다.
진흥원에서는 일반수용비 예산을 활용한 식·음료비 집행이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으로 보였다. 실제 한 부서의 경우 직원 6명이 근무하는 팀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일반수용비로 집행됐다.
이를 개인별로 환산하면 1인당 100만원이 넘는 식사비와 음료비가 법인카드로 처리된 셈이다. 문제가 된 일반수용비 예산에는 국고 출연금뿐 아니라 소외계층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조성된 로또복권기금 등 공적 재원이 포함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일반수용비는 공공기관이 사무용품 구입, 인쇄물 제작, 소모성 물품 구매 등 기관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 항목이다.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등에 따르면, 직원들의 회식비나 개인 식비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 외 항목으로 집행할 수 없다. 특히 일반수용비는 식비나 음료비와 같은 소비성 지출에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업무 회의를 식당·마트에서?
회의비로 커피·회식도 결제
실제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회의비 명목으로 식비를 지출하는 것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규정한 일반수용비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이 경우 업무추진비로 집행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산림청은 조사 결과를 통해 일반수용비를 식비와 다과비로 집행한 사실과 상위 지침 위반 소지는 인정했다. 다만 사적으로 집행됐다고 볼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인에 대한 징계나 문제된 예산에 대한 환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집행은 상위 예산집행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개인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일반수용비로 식비 및 다과비를 지출한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각 지출 건마다 관리자 승인과 예산 집행 점검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집행이 이뤄졌다는 점이 고려됐다.
산림청은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개인적인 판단이나 결정으로 상위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해 예산을 사적으로 집행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진흥원이 행정업무 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집행에 대해서는 ‘불문’ 처리했다. 이는 임직원들이 기관 내부 규정과 승인 절차에 따라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에, 개인이 고의로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의 경우 일반수용비로 식비 및 다과비를 지출할 수 있도록 한 자체 예산집행 기준 마련 과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산림청은 2024년 당시 재무관리팀장이 일반수용비로 식비와 다과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예산집행 기준 반영을 요청하면서, 해당 기준이 상위 규정이나 지침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검토와 관리·감독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구두 경고’ 조치를 내렸다.
3년 359회 지출, 5400만원 내역 인정
“지침 위반 맞지만 개인 책임은 불문”
당시 재무관리 담당자에 대해서는 일반수용비 집행 기준 반영 요청에 과실이 있으나, 이는 1인당 3만원을 초과하는 집행 사례를 통제하기 위한 관리 목적에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판단해 ‘불문’ 처리했다.
예산운영팀장과 담당자 역시 상위 지침에 위배되는 자체 예산집행 기준을 개정한 과실은 인정되나, 내부 의견 조회와 위임전결규정에 따른 결재권자 승인 등 행정절차를 거쳐 기준을 수립했고, 이후 산림청의 처분 요구에 따라 2025년 예산집행기준을 상위 지침에 맞게 개정한 점을 고려해 ‘불문’ 처리됐다.
다만, 산림청은 일반수용비를 식비와 다과비로 집행한 행위가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라는 점은 분명히 명시했다.
문제된 일반수용비 집행 규모가 산림청 조사 결과보다 훨씬 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진흥원 예산 집행비 내역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진흥원 본원과 9개 소속기관을 포함해 일반수용비로 집행된 식·음료비는 총 5억3000만원에 달했다.
기관별로 보면 본원이 3억984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치유원 2340만원, 연구센터 4514만원, 횡성숲체원 1000만원, 칠곡숲체원 1338만원, 장성숲체원 648만원, 청도숲체원 667만원, 대전숲체원 1669만원, 춘천숲체원 824만원, 나주숲체원 287만원 순으로 집행됐다.
이는 산림청 조사에서 확인된 금액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산림청 조사에서는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집행 내역을 중심으로 집계했고, 일부 집행 내역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실제 집행액과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야무야
공공기관 예산은 재원과 관계없이 국가재정법과 관련 지침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집행돼야 한다. 특히 일반수용비는 사용 목적이 명확히 제한된 예산 항목으로, 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식비나 음료비로 전용될 경우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
진흥원은 산림복지 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관련 예산 역시 이러한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는 점에서 예산 집행의 적절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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