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가 ‘내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할 방침이다. 특별검사팀이 마무리 짓지 못한 수사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뒷말이 상당하다. 그간 자체 조사와 TF를 구성해 12·3 내란에 간접적으로 가담했거나 방관한 이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수사를 마쳤다. 6개월간의 수사로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핵심인 ‘노상원 수첩’은 아직 의혹 수준이다. 국방부는 특검이 파헤치지 못한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출범을 준비 중이다.
TF 불구
추가 투입
국방부는 지난 8일 “특검 수사가 종료됨에 따라 미처분된 사건 및 추가로 식별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과 규정에 입각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특수본은 국방부 검찰단 주도로 구성되고, 국방부 조사본부를 비롯해 각 군 군사경찰이 합류한다.
국방부 특수본이 출범하면 내란 특검에서 수사를 마치지 못한 내란 및 외환 혐의 관련 사건들을 넘겨받을 전망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을 비롯해 군이 계엄 1년 전부터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국방부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구성된 헌법존중 TF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특수본에서 수사를 맡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조만간 경찰 국가수사본부와의 논의를 거쳐 자체 특수본의 출범을 비롯해 구체적인 수사 범위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군 관계자는 “현행법은 군의 내란·외환 혐의에 대한 수사권을 국군방첩사령부가 담당하는데 내부적으로 방첩사가 수사하는 게 맞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감사관실만으로 내란죄라는 중대 범죄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감안했다”며 “특수본의 조사를 바탕으로 ‘2차 특검’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헌법존중 태스크포스(TF)와 감사를 통해 이미 내란 방조·간접 가담자들을 솎아내고 있다. 실제 내란 당일 ‘계엄 버스’에 탑승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에게 강등 처분을 내렸다. 사유는 법령 준수 의무 위반 및 성실 의무 위반 등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출발했다가 돌아온 이른바 ‘계엄 버스’에 탔던 소장급 5명은 모두 중장급 진급에서 제외됐다. 준장급 9명을 비롯해 영관급 20명도 진급 대상에서 중징계 사유로 징계 의결이 요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4일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새벽 3시쯤 계엄 버스는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출발했다가 30분 뒤에 복귀했다. 당시엔 육군본부 참모 34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들이 ‘2차 계엄을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사본부에 감사관실 주도 헌법존중 TF까지
종합 특검법 발의 하세월…출범에만 수개월
헌법존중 TF는 이른바 계엄 버스 출발을 최종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중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고 전 차장은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를 받고 계엄사령부에 파견할 계룡대 육군본부 부·실장들을 버스에 태워 서울로 이동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단행된 중장 인사에 따라 육군참모차장직을 내려놓고 현재 정책연구관직을 맡고 있다. 통상 중장급 인사는 차기 보직을 받지 못하고 3개월이 지나면 자동 전역해야 하기에 고 전 차장의 징계는 늦어도 내년 2월 전에는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김승완(준장)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의 임기가 이달 말로 다가옴에 따라 김 준장 등 다른 계엄 버스 탑승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이달 중 고 전 차장의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외압 혐의를 받는 국방부 검찰단장과 평양 무인기 투입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드론작전사령관도 보직 해임 조치됐다.
국방부는 최근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어 순직해병특검 수사와 관련해 김동혁 전 국방부검찰단장(준장)을 보직 해임하고, 내란특검 수사와 관련해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소장)을 각각 보직 해임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이들에 대해 직무정지를 조치한 바 있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023년 8월 경북경찰서로 이첩된 채 해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기록을 회수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위해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휘했을 당시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수의 영관급 장교들도 진급에 실패했다. 군 당국은 지난 1일 소령에서 중령, 중령에서 대령으로 진급해야 할 진급 예정자인 중령(진), 대령(진) 등 여러명을 진급시키지 않았다. 진급이 보류된 육군 법무실 소속 장교들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한 이명현 순직 해병 특검팀 수사와 관련됐다.
그럼에도
확고한 의지
진급 누락 근거는 군인사법 제31조(진급 발령 및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의 삭제) 제2항이다. 제1항에 따라 공표된 사람일지라도 진급 발령 전에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진급권자는 그 사람을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근거는 군인사법 시행령 제38조(발령의 보류 및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등) 제1항 제2호다. 중징계 사유로 징계 의결이 요구된 경우 진급 발령을 보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내란 세력’ 청산 의지가 강력하다는 게 군 내부의 시각이다. 안 장관의 진급 심사 지침에 따라 각 군 참모총장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 근거다.
안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도 ‘대북 전단 선제 살포’ 의혹이 제기된 국군심리전단 전·현직 단장과 전방 부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국방부는 지난 5일 “안 장관의 긴급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가 서해 도서 지역과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의 심리전단 부대 2곳은 물론 전·현직 단장(대령)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1일 안 장관 지시 직후 각 수사대에서 5명씩 차출해 20여명의 조사팀을 구성하고 해당 부대에 수사관을 급파했고, 이틀간 1차 조사를 마치고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단장을 역임한 A 대령과 그 후임자인 현직 단장 B 대령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한겨레>가 지난 1일 심리전단 출신 한 예비역 병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 초까지 심리전단이 대북 전단을 살포함으로써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작전 보고 여부와 전단 살포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2차 특검
변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채 상병·김건희·내란 특검이 밝혀내지 못한 의혹을 한번에 해결하는 2차 종합 특검 구성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아직도 준동하고 있는 내란 세력에 대한 완전한 척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더욱 단호한 자세로 내란 범죄를 발본색원하고, 다시는 이 땅에 친위 쿠데타와 비상계엄 내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꿈도 못 꾸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의 특검 수사만으로는 12·3 계엄과 윤석열·김건희씨 관련 의혹 전체를 충분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민주당은 2차 종합 특검에 대한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수사 대상과 수사 범위, 수사 기간 등은 정리하지 못했다.
2차 종합 특검은 국회에서 별도의 특검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해야 하고, 해당 법안이 상임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통과돼야만 정식으로 출범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국회에는 2차 종합 특검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특검법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2차 종합 특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 3특검이 모두 종료되는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즉시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지와는 별개로 법안 발의 주체나 처리 일정, 적용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전무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3특검이 설립되는 데까지 수개월이 걸린 만큼 종합 특검의 경우 국회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곧바로 수사를 개시하기는 쉽지 않다.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 추천과 대통령 임명, 특검보 임명, 검사·수사관 파견, 사무실 구성 등 일련의 준비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3특검도 지난 6월 특검법이 제정됐지만, 실제 수사 개시까지 한 달여의 시간을 소요했다.
국수본, 3대 특검이 못다 한 수사 인계받아
“넘어간 자료 받았다 특검 출범 시 도돌이표”
우선 3특검 모두 해소하지 못한 의혹을 국수본으로 이첩한다. 이첩 기간은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내란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수사 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 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국수본에 인계해야 한다.
내란 특검팀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지난 9일 브리핑에서 “법률상 모든 (잔여) 사건은 국수본으로 이첩될 것”이라며 “국수본에서 사안에 따라서 국방부 혹은 김건희 특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수본은 3특검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건을 맡을 3대 특검 특수본을 꾸린 상태다. 현재 경찰청 안보수사심의관인 김보준 경무관이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수본부장은 직무에 관해 독립적으로 수사해 수사 결과만 박성주 국수본부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우선 경찰은 지난달 28일 수사를 끝낸 채 상병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핵심 피의자 13명을 기소한 채 상병 특검팀은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의 직무 유기·수사 정보 누설 의혹 등 잔여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경북청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메시지 삭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강제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의혹이다. 관련 수사 정보를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해병대 관계자들에게 누설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국수본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도 새롭게 인지해 국수본에 이첩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상임위를 퇴장하거나 출석하지 않은 혐의, 직원에게 부당한 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이 수사 대상이다.
김씨의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사기, 특수공갈 혐의 등도 이첩 대상에 포함됐다.
자료는
왔다 갔다
결과적으로 국방부 특수본이 꾸려지면 경찰에 넘어간 자료를 종합 특검이 구성되기 전 넘겨받은 후 수사하지만 종합 특검이 출범하면 다시 자료를 넘겨야 한다.
한 군 관계자는 “내란 특검에서 해소하지 못한 의혹을 아예 국수본을 믿고 기다리다가 종합 특검이 구성되면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며 “헌법존중 TF에서 문제점을 포착하면 국수본에 수사 의뢰를 해도 되는데 국방부 차원에서 특수본을 만드는 건 인력·예산 낭비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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