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의 <디스패치> 단독 보도로 비판 여론이 들끓던 가운데, 일각에서 옹호 목소리가 나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 SNS에는 찬반 의견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유불리에 따라 해당 매체에 ‘소년법 위반’을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거나 ‘굳이 과거를 들춰내 부관참시까지 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조진웅은 보도 하루 만인 지난 6일, 소속사를 통해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과도한 옹호 여론은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옹호’ 자체가 아닌 근거 없이, 선호 감정에 기댄 채 비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팬덤적 충성심이 공적 논쟁을 흐리고, 진실 탐구의 과정을 방해하는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조진웅이 한국 영화계에서 중요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빈틈없는 캐릭터 해석, 연기력에 대한 평단의 신뢰, 꾸준한 작품 활동은 그에게 탄탄한 팬층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이번 논란에서 ‘면죄부’처럼 작용하며, 그의 행동이나 발언에 대한 정당한 검증을 가로막는 장치가 돼서는 곤란하다.
온라인에서는 “소년원까지 다녀왔으니 죗값은 치른 거 아니냐?” “잘살고 있는데 굳이 과거 일을 꺼내야 했나?” 같은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 대부분이 논리나 정보가 아니라 감정적 애정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옹호 여론이 곧바로 문제 제기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데 있다. 물론 “지나친 마녀사냥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필요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 “문제 제기한 쪽이 의도가 있다” “악의적”이라는 식의 피해자 매도 프레임으로 흐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변호사는 “조진웅의 소년범 기록이 법원에서 유출된 게 사실이라면 국기문란 사태로 가정법원에서 유출하지 않으면 절대로 조회 및 확인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진웅이 미성년자 시절에 받았던 ‘소년보호처분’을 ‘형사 처분’이라고 표현한 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연예인 논란이 생길 때마다 등장하는 이 같은 패턴은 사회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조진웅을 옹호하는 일부 여론은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부터 ‘확정적 무죄’를 선언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법적 판단 이전에 대중이 먼저 결론을 내려버리는 ‘여론 재판’의 또 다른 형태다. 우리가 흔히 여론몰이나 마녀사냥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경솔한 무죄 선고도 같은 수준의 위험을 갖는다.
둘 다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을 방해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빼앗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방송인이자 유투버인 김어준씨는 “배우 조진웅씨가 소년범 의혹으로 은퇴했다. 소년범이 훌륭한 배우이자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숙한 스토리는 우리 사회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저는 조진웅이 문재인정부 시절에 해온 여러 활동 때문에 선수들이 작업을 친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라며 “의심과 별개로 갱생과 성공은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가. 장발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즉시 사회적으로 수감시켜버리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까지 나서 이 같은 기류에 부채질에 나선 모양새다.
앞서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며 조진웅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같은 날 박범계 의원도 “대중에게 이미지화된 조진웅의 현재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며 그의 은퇴 선언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조진웅은 친여 성향의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대표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으며,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에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에 국민특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과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끝나지 않은 전쟁>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조진웅을 옹호하는 여론이 단순한 팬심을 넘어 ‘비판 금기화’로 이어지는 현상은 특히 우려스럽다. 민주사회에서 공적 인물은 언제나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다. 이는 처벌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공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옹호 여론은 이 원칙을 무너뜨리고, 비판적 접근을 ‘배신’으로 규정하는 폐쇄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런 팬덤적 보호심리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정 배우나 가수에 대한 충성심이 강할수록, 논란이 터졌을 때 ‘사실보다 감정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이는 개인의 감정적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집단적 맹신을 만들고 이성적 판단 능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공적 사안에서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우리 사회는 사건을 공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진웅의 유·무죄를 미리 단정하는 팬덤식 옹호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한 차분한 검증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 결론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아니라 냉정한 정보와 합리적 절차 속에서 내려져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억울함을 해소할 길이 열릴 것이고, 사실이라면 그에 맞는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과열된 옹호 여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진웅이라는 한 배우의 논란을 넘어,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다. 팬심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적 논쟁을 흐리고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건강한 감정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찰 없는 옹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시민적 시각이다. 이런 태도만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고,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