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대단지 아파트 ‘고덕 아르테온’이 단지를 출입하는 외부인에게 ‘질서유지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공표하면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고덕 그라시움’ 등 인근 대단지 아파트들과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는 인근 단지들에 ‘외부인 출입 제한 및 규정 강화’ 공문을 배포했다.
해당 공문에는 지난 10월2일부터 규정을 시행한다는 문구를 포함해, 외부인의 무분별한 단지 내 출입과 시설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위반 시 금전적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입주민과 동행하지 않은 외부인은 상일동역 5번 출구에서 아랑길로 이어지는 일부 ‘중앙보행로(공공보행로)’ 구간을 제외하고는 단지 내 출입이 전면 금지된다.
특히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질서유지부담금(위반금)’ 액수도 명시했다. 전동 킥보드, 전동자전거, 오토바이 등 전동기기를 이용해 지상 도로를 주행하거나 통과할 경우 1회당 20만원이 부과된다.
또 입주민 동행 없이 어린이놀이터나 정원 등 입주민 전용시설을 이용하거나, 단지 내에서 흡연, 쓰레기 무단 투기,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등의 행위가 적발될 경우 1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아르테온 측이 이처럼 강경한 ‘쇄국 정책’을 꺼내 든 배경에는 인근 단지인 ‘고덕자이’와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등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 여름 발생한 ‘지하주차장 소화기 분말 난사 사건’이다. 당시 인근 단지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아르테온 지하주차장에 무단 침입해 소화기를 난사, 차량과 시설에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건 이후의 반응이었다. 아르테온의 한 입주민은 “가해 학생 학부모로 추정되는 인물이 입주민 커뮤니티에 ‘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뉘앙스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더 이상 배려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아르테온 단지 내 공공보행로 구간에서 인근 단지 주민이 보도블록 단차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아르테온 입대의로부터 보험글을 청구·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이 일 역시 아르테온 입주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아르테온 입주민은 “소화기 사건이나 보행로 사고뿐 아니라, 타 단지 사람들이 단지 안에 들어와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밤늦게 고성방가를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며 “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차라리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휀스를 치고 출입을 막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덕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0월 초 단지 중앙 공공보행로 주변에 펜스 등 보안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인근 단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번 질서유지부담금 부과 공문은 당시 논란 이후에도 외부인 출입을 더 강하게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조치로 해석된다.
아르테온의 이번 조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하고 나선 곳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고덕 그라시움’이다. 고덕 그라시움 관리지원센터는 최근 입주민들에게 공지문을 띄우고 아르테온 측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센터 측은 공지에서 “등하교 시간 많은 아르테온 학생이 우리 단지(그라시움)를 통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두 단지는 도로 하나를 끼우고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해 있어 학생들의 통학로나 주민들의 생활 동선이 서로 얽혀있는 구조다.
그라시움 측은 “입주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심도있게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아르테온 측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단지의 통행로는 재건축 인허가 당시 ‘고덕택지 제1종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일반인이 24시간 통행할 수 있는 ‘공공보행통로’로 지정되는 조건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강동구청과 전문가들은 사유지라 하더라도 공공성을 담보로 개방된 구역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의적으로 ‘질서유지부담금’이라는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빈약하며, 이웃 단지와의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파트 관리주체 측에 공공보행로의 취지를 설명하고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고덕 아르테온은 기존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2020년 입주한 총 4066가구 대단지다. 지난 7월 기준전용 84㎡(34평)가 1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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