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2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장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자신을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야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또 당시 A씨의 남자친구였던 B씨를 상대로도 무고, 폭행,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장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실제 피해 사실이 있었다면 작년에 바로 고소했을 것”이라며 “타당 보좌진이 저를 이제와서 고소해 얻을 실익은 정치적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당시 B씨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B씨가 A씨에게 가한 데이트 폭력 정황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112 최초 신고 당시 수사 대상은 제가 아니었으며,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있었다면 윤석열 정권하에서 저를 봐줄 리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장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피해자의 호소를 정치적 공작으로 치부하고, 사적인 관계 문제를 부각해 본질을 흐리는 행위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의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데이트폭력 사건’이다. 당시 추행은 없었다 고소인 남자친구의 폭언·폭력으로 동석자 모두 피해를 입었는데 일부 왜곡된 보도로 사안이 변질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무고와 데이트폭력은 중대한 범죄”라며 “진실을 밝히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장 의원의 대응을 “적반하장 식 2차 가해”라고 규정하며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의원이 저지르는 2차 가해는 역대 민주당 성폭력범 중에서도 가장 파렴치한 행각”이라며 “본인이 살고자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악질적인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피해자가 장 의원의 신체 접촉에 ‘하지 마시라’고 만류하는 내용이 담긴 증거들이 보도됐다”며 “술에 취한 여성에 대한 신체 접촉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 상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장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자 코스프레와 2차 가해를 즉각 멈추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은 피소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달 27일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신속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힌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이 피해자를 맞고소하며 사태가 ‘진실 공방’을 넘어 ‘2차 가해’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음에도, 당 차원의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나 징계 논의는 멈춰 선 모습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1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 논란과 관련한 지도부 차원의 추가 논의나 윤리감찰단의 보고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과거 권력형 성비위 사건 때마다 반복됐던 ‘제 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 원내대표는 “최측근인 장경태에 온정주의, 감싸주의로 일관하면 국민적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은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민병두, 박완주 의원 등으로 이어진 유구한 성폭력 DNA를 하루빨리 벗어나길 촉구한다. 성추행범, 2차 가해범 장 의원으로부터 의원직 사직서를 받아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과거 권력형 성비위 사건으로 인해 2021년 재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 의원이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당내에서도 지도부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할 경우, 과거 선거 패배의 원인이었던 ‘성비위 트라우마’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A씨가 제출한 고소장과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조만간 고소인 A씨와 피고소인 장 의원, 관련자인 B씨 등을 소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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