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강주모 기자 =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법에 따른 현장 조치 후 인근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안내했던 한 소방 구급대원이 오히려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DM에는 ‘의정부소방서 구급대 악성 민원 사건 관련 부당 감사 심의 강행-직권남용 및 갑질 행정에 대한 전면 대응 성명서’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한국구급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낸 해당 성명서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소방서 OO구급대원인 A씨는 지난 9월8일 새벽, 혈뇨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의정부OO병원에서 진료가 불가하니 서울OO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신고였다.
현장 도착 후 B씨의 활력 징후를 점검한 그는 의식이 명료한 점,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태 등을 확인했다.
이후 A씨는 환자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 지침’에 따라 근거리 응급 의료기관 우선 이송 원칙을 설명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안내한 병원 대신 C 병원으로만 이송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고성을 지르며 언성까지 높였다. 어쩔 수 없이 C 병원으로 연락했으나 “진료는 가능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고 응급실 내 여유 공간이 없다”는 회신을 들어야 했고, 구급대는 이 내용을 B씨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B씨는 “그럼 직접 병원으로 가겠다”며 보호자와 함께 스스로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그날 이후에 발생했다. B씨의 보호자가 민원을 제기하자 의정부소방서는 감찰에 들어갔고, 감사 심의위원회(심의위)에 상정된 것이다.
노조는 “의정부소방서가 이번 민원을 회부한 것은 전례 없는 이례적 조치로, 통상적 민원은 단순 사실 확인으로 종결되지만 이번 사건이 환자가 고성을 지르며 불만을 제기한 단순 악성 민원임에도 심의위까지 개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명백히 절차를 벗어난 과잉 행정으로, 민원인의 감정적 불만을 사실로 받아들인 편향된 감찰 판단”이라며 “모든 민원에 심의위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사건만 예외적으로 심의 절차를 개시한 것은 구급대원을 표적으로 한 조직적 갑질이자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이의 제기가 받아들이져민서 처분은 경고에서 주의로 격하됐지만 심의위가 열리고 진술을 위한 참석에 구급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B씨 보호자가 제기한 민원은 ‘이송 거절 유도’였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15일부터 국민신문고를 통해 다수의 민원을 반복적으로 접수했으며, 이로 인해 A씨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대원들은 상당한 압박감과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
“조사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는 A씨는 “민원 제기 직후부터 감찰, 이의 제기, 심의위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투명성과 일관성이 부족한 과정이 반복됐고, 어렵게 전달받은 감찰처분사유서의 내용은 현장의 실제 상황, 법적·의학적 기준, 응급의료체계의 원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A씨가 지적하는 잘못된 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민원인의 이송 거절 유도 주장은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특정 병원으로의 이송을 거절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원거리의 지정병원이 아닌 인근의 진료 가능 병원을 확인해 안내한 것이었다. 그는 “구급대원의 기본 의무를 수행한 행위가 ‘유도’로 해석된다면 이는 현장의 합리적 판단을 위축시키는 중대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둘째, 자가 이동은 B씨 보호자의 자발적 결정이었다는 점이다. A씨는 “구급대원이 안내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독자적으로 이동을 결정했다고 해서 이를 구급대원의 ‘유도’로 단정하는 것은 법적·논리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셋쩨, 민원 제기→감찰→심의위로 인한 징계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그는 “만약 이번 처분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앞으로 현장에서 환자의 중증도, 진료 가능성, 의료체계 전체를 고려해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구급대원의 전문적 판단이 민원에 의해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의 처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현장을 지켜왔다”며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려 했던 그 시간들이 이번 처분으로 인해 부당하게 평가받는 현실은 매우 큰 좌절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문제를 개인의 억울함으로만 남겨둘 생각이 없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든 구급대원들이 불합리한 위험과 민원 속에서도 원칙과 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 과정을 끝까지 바로잡고자 한다”며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부당한 절차와 해석은 반드시 바로잡겠다. 그 길이 길고 험할지라도 끝까지 나가겠다”고 마무리했다.
노조 관계자는 “어이없는 것은 당시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서울권역으로 이동한 후 해당 지역의 응급구급대에 연락해 응급차량을 타고 C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점”이라며 “(국민신문고엔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이후 해당 병원 게시판에 구급대에 대한 칭찬글을 올렸다는 얘기를 나중에 단체대화방을 통해 접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현장 출동 후 맥박, 혈압을 측정했는데 정상이었다. 상계O병원과 통화하고 있었는데 보호자가 도착하자 환자는 나가버렸다”며 “심의위에 통화 내역, C 병원 통화 기록 원본까지 제출했지만 결과는 ‘경고’였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경고 처분이 부당해서 이의를 제기했더니 주의로 완화됐는데, 이런 식이라면 어느 구급대원이 현장응급조치 표준지침을 따르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의정부소방서 감찰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침 규정에 의거해 민원인 및 당시 출동했던 대원들의 진술, 통화 기록 등의 자료 검토를 거쳐 도출된 결과”라며 “감찰팀 특성상 모든 것들을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심의위 주의는 추후 인사 등에 불이익이 없는 처분으로 징계 처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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