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제3지대 근황

2025.11.17 12:02:40 호수 1558호

춥고 배고픈 여의도 생존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는 중도층이 늘었지만, 이들은 제3지대로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거대 양당 독식 구조가 단단히 뿌리 박힌 한국 정치 제도에서 군소 정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탓이다. 선거판에 태풍을 몰고 온 이들부터 ‘0석’ 원외 정당까지, 여의도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제3지대 근황을 들여다봤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제3지대 중에서도 ‘그나마 잘 풀린 사례’로 여겨진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 당을 이끌면서 중요한 대목마다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지지율 5%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군분투

혁신당은 지난 11일 ‘2025 전당대회 출발식’을 열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 일정을 시작했다.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할 예정으로 대표 후보로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앞서 조 비대위원장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며 “지금까지의 조국을 과거의 조국으로 남기고 ‘다른 조국’ ‘새로운 조국’으로 국민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전 비대위원장은 “혁신당을 개혁과 민생, 선거에 강한 이기는 강소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총선에서 국민이 주셨던 마음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공약으로는 ▲거대 양당 독점 정치 종식 ▲검찰개혁·사법개혁 완수 ▲차별금지법 도입 등을 냈다.


이번 전당대회는 수감생활로 빼앗긴 당 대표직을 조 전 비대위원장에게 돌려주는 형식적인 선거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성비위 사태로 차갑게 등을 돌린 민심과 조 전 비대위원장이 사면된 이후에도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지지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혁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정치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자신했지만, 한 석도 얻지 못한다면 추후 정치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혁신당은 보수 집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자 갈 곳 없는 보수 지지층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개혁신당은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내놓은 이재명 대통령을 타깃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40대인 이 대표는 정치인 중에서도 어린 편에 속하는데 개혁신당 지지층도 대부분 2030 남성이다. 2030 남성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10년, 20년 뒤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됐을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기득권이 된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권을 꿈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국·이준석 빼면 ‘텅’…사실상 1인 정당
김문수와 손잡은 이낙연 정치 부활 가능성은?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는 혁신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힘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소 정당에서 1인자가 되느니, 더 큰 정당에서 정치 자산을 쌓는 것이 대권주자로서도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두 정당 모두 단박에 선을 그었다. 앞서 조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통해 “설익고 무례한 흡수 합당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강철처럼 단단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혁신당 역시 ‘내란 정당’ 꼬리표를 단 국민의힘과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이들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혁신당이 리스크를 많이 안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혁신당 의원을 개별로 접촉해 민주당으로 영입할 수 있겠지만 통째로 흡수해 합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대표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다시 당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을 떠난 것도 모자라 새로운 둥지를 꾸렸으니 당에서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양당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여는 것을 모토로 한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미래)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총리라는 거물급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정당이지만 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면서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던 김종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원외로 밀려났다.

새미래도 혁신당과 마찬가지로 한때 민주당과의 합당설이 나왔지만 지난 조기 대선서 이 전 총리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 이 전 총리는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모두 장악하는 괴물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우클릭을 시도하자 민주당에서는 “크게 실망했다”는 기류가 이어졌다. 우선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권력을 향한 탐욕에 신념과 양심을 팔아넘긴 사람이 괴물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며 헌정 질서를 유린하려고 한 독재 세력과 결탁해놓고 독재를 우려하느냐? 온갖 궤변으로 자신의 내란 본색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참으로 뻔뻔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은 이재명 시간” 받아들인 한계
거대 양당에 가려져도 ‘지선’ 노린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이 전 총리가 괴물 독재 국가를 막기 위해 김문수 후보와 손잡는다고 하셨는데, 계엄으로 내란을 실행하려 했던 괴물 독재 잔당 세력과 손을 잡으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 완전히 길을 잃으셨다”고 꼬집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총리는 정치 1선에 서는 대신 SNS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 전 총리는 “인생과 사회, 국가와 세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저의 공부와 사색과 경험을 여러분과 나눌 것”이라며 “주제를 특정 분야로 묶어놓지 않고, 여러분과 국가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씀드리겠다.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여러분과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시간도 갖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정치판에 복귀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일뿐더러 노선을 잃은 새미래가 다시 도약하기에는 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도가 다른 군소 정당보다 현저히 낮다는 설명이다.


정치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을 맡은 진보당은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고대하고 있다. 진보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 지역을 찾아 담배꽁초를 줍고 농촌 일을 돕는 등 바닥 민심 훑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 등을 당선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재보궐선거에서는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1명이 추가로 당선됐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광역단체장을 반드시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을 최소 5곳 이상에서 당선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 3법 제정’을 주장하는 등 지방선거를 위해 몸풀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활 밀착형으로 특정 선거에서 강하지만 전국으로 확대되기 어렵다는 게 진보당의 가장 큰 단점이다. 현재 4석인 진보당은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과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인 군소 정당의 현실에 부딪혔다.

묵묵히

한 군소 정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나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며 확장성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각자 자리에서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살피는 게 우리 일인데 아무래도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점점 존재감이 흐려지고, 존재감이 미미하니 중앙 정치에서 밀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당제인 한국의 정치 제도에서 제3지대를 향한 표는 사표가 된다. 군소 정당에 한 표를 던지려다가도 내가 싫어하는 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걸 막기 위해 큰 정당으로 손이 간다”며 “춥고 배고프지만 지지자와 당원들이 남아 있는 한 제3지대는 계속해서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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