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청장, 노래자랑에 여성 공무원 백댄서 동원 입길

2025.11.14 11:17:47 호수 0호

‘공무 수행’ 출장 처리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문인 광주 북구청장이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에서 여성 간부 공무원 8명을 백댄서로 세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이들 공무원은 해당 무대를 ‘공무 수행’으로 보고 출장 신청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공직사회 안팎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문 구청장은 지난 6일 광주 북구의 한 대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 편’ 녹화에서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불렀다.

이때 자치행정국장·가족복지국장·보건소장·주민자치과장 등 간부 공무원 8명이 무대 뒤에서 춤을 춰 ‘구청장 백댄서’ 역할을 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스카이프를 머리에 두른 이들은 문 구청장이 노래하는 내내, 뒤에 서서 응원도구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선 “여성을 단순한 장식적 존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공공기관의 성인지 감수성이 심각하게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녹화 당일을 모두 ‘출장 처리’했다는 점이다. 일부 간부는 녹화 전날에도 1시간30분~2시간가량 사전 연습 차원의 출장 신청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의 출장은 상위 직급자가 결재한다. 국장급 공무원의 출장 결재는 부구청장 혹은 안전총괄과장 등이 한다.

공무원 출장비는 관내 출장이라도 소정의 금액이 지급되지만, 북구청 측은 “이번 건에 대해 별도로 출장비를 지급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는 전날(13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들을 들러리 삼아 다른 공무원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며 “자발적 참여라고 해도 이를 용인한 구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백댄서 역할을 위해 공무수행 출장 처리한 것은 명백한 세금낭비”라며 “자발이라는 말로 여성 간부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행태는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주민과 직원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출장 신청은 직원들의 판단으로 이뤄졌고, 사전 연습이나 출장비 지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여성 간부만 참여해 제기된 우려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백댄서 역할을 맡았던 공무원도 “구청장의 강요는 없었으며 다른 직원에게 피해를 줘 송구하다”고 전했다.

한편 북구에선 이 같은 논란이 2022년에도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여성 공무원·여성 구의회 의원이 구청장의 백댄서 역할을 해 ‘반복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논란이 일자 KBS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해당 공연은 방송용 무대가 아니며 녹화도 하지 않는다”며 “제작진은 지자체장이 지역민에게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뿐 형식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백댄서들이 공무원인지 여부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출장 결재 여부는 제작진이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즉 구청장이 꾸린 무대 구성은 지자체의 자율 판단이며, KBS가 개입한 바 없다는 설명이었다.

KBS에 따르면 문제의 무대는 내년 2월15일 방영 예정인 ‘광주 북구 편’에서도 방송되지 않는다.


해당 논란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무리 자발적이었어도 공무 수행 목적은 아닌 것 같다” “남성 간부 공무원도 있을 텐데 여성만 세운 게 좀” “왜 이럴 땐 여성단체는 가만히 있는 것이냐” “요즘 같은 세상에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드네” “속내는 모르지만 출장 써주고 다 같이 놀러간 거 아니냐” 등 대부분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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