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볼모? 서울버스노조 수능 하루 전 총파업 예고

2025.11.06 15:37:41 호수 0호

12일 운행 중단 경고
시험 차질 우려 확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오는 12일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임금 협상 난항과 통상 임금체불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번 서울버스노조 파업은 사실상 수능 당일을 볼모로 잡은 협상 전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일 서울시와 노동계에 따르면, 보광운수·원버스·정평운수 등 일부 지부들은 내주 11일 자정까지 단체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12일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상위 단체인 서울버스노조도 “서울시와 사업조합이 노조 요구를 무시한다면 전면 운행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파업을 공식 예고했다.

노조는 교섭이 장기간 지연된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파업 시점을 12일로 예고한 것은 서울시내버스 64개사 중 마을버스에서 전환한 3개사가 별도 협상을 진행하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달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61개사는 지난 5월 이미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결렬됐다.

지방노동위원회의 법정 조정기간인 15일이 만료되는 시일이 오는 11일 오전 12시이므로 12일 새벽 첫차부터 쟁의 행위가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이번에도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지부장 총회를 열어 투표로 최종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노조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놓자, 이를 근거로 체불임금 지급과 임금 협상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측은 구체적인 근로시간 산정 방식 및 적용 범위를 두고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9일 열린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노조 측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청구액 18억9500만원 중 44.5%(약 8억4300만원)만 인정돼 ‘사실상 패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첫 하급심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노동계의 시선이다. 법원은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할 때 기본이 되는 근로시간을 얼마로 산정해야 할지 정하는 계산식에서도 노조가 주장한 176시간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 이후 노조는 다시 강경 노선을 채택하면서 협상 테이블 이외의 압박 수단으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문제는 파업 시점이다. 12일은 수능을 하루 앞둔 날로, 서울시 내에 11만4000여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초유의 교통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능 당일뿐 아니라 대학별 고사 일정까지 겹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편은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흐른다. 한 버스 조합원은 “수험생들이 파업의 여파로 단체 지각이라도 한다면 그 비난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자조했다.

일각에선 노조가 사회적 압박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그 압박의 대상이 수능을 앞둔 수십만 수험생이라는 점에서, 이번 파업이 정당한 권리 주장인지 아니면 시민을 인질로 삼은 부당한 협상인지에 대한 도덕적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역시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한 분풀이성 파업은 결코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에 집중해야 할 예민한 시기인데, 시민 불편을 무기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듯한 행보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홍국표 서울시의원도 앞서 지난 4일 “수능을 앞두고 파업을 예고하는 것은 시민들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말 무책임한 행태”라며 “노조는 파업 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서울시도 비상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통상임금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실상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발생한 최대 378억원 규모의 체불임금이 쟁점의 핵심이다. 노조는 “지연이자를 포함해 최대 3배의 체불임금까지 청구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170시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약 70만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하며, 대상자는 약 1만8000명에 달한다. 반면 사측은 실제 근무시간인 209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주장하며, 지급액을 절감하려 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파업 돌입 시 지하철 증편, 임시 셔틀버스 투입, 25개 자치구 무료 수송 버스 운영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 특히 수험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혹시 모를 파업에 대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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