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이 참사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정부가 유가족과 함께 주최한 공식 추모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이 대통령은 영상 추모사를 통해 “그날, 국가는 없었다”며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컷이란 신뢰는 사라지고 각자도생 사회의 고통과 상처만 깊게 남았다”며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겠다.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며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이 기본과 원칙을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가족에게는 “국가가 또다시 등 돌리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며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추모사 시작과 끝에서 두 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추모 행사는 오전 10시29분부터 1분간 울린 추모 사이렌과 함께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정부 대표로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정당·종교계 인사, 시민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약 20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참사 상징색인 보라색 재킷 등을 입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의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은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섰지만, 이것은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는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입법으로 완성하겠다”며 ‘생명안전기본법’ 통과를 약속했다.
행사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의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대책회의는 선언문에서 “3주기 기억식은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생명 존엄 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29분에 울린 추모 사이렌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때아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공식 추모행사를 연 날, 추모의 방식조차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고는 당연히 안타깝고 슬프지만 굳이 사이렌까지 울리는 게 적절하냐”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럴 거면 천안함, 무안공항 희생자들에게도 추모 사이렌을 울려야 한다”거나 “추모는 해줄 수 있지만, 그 책임과 무게를 왜 같이 지자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했다.
다른 누리꾼이 “무안공항 참사는 아직 1주기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이렌을 울리라는 것이냐”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축구장에서 과격하게 응원하다가 스탠드 무너져서 죽은 사람들도 추모하는데 대체 왜 대참사를 추모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반감이 심한 건지 잘 모르겠다”며 “너무 정치적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반박 의견도 이어졌다.
사이렌을 통해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 사회를 다짐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정치적 잣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누리꾼은 “159명이 한꺼번에 숨진 대형 참사인데 국가가 추모하는 게 뭐가 이상하냐”며 “외국에서도 대형 참사 추모일엔 사이렌을 울리고 묵념한다. 이게 정치적 이벤트로 보이면 본인 생각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행안부는 추모 사이렌에 대해 “참사를 개인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다짐을 되새기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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