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전반에서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 ‘탄소 중립’ ‘친환경 경영’ 같은 기업들의 홍보 문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동시에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표현으로 친환경을 내세우는 ‘그린워싱’ 행위도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효과가 없는 제품을 광고·홍보로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녹색 거짓말’을 뜻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지난 23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인 그린워싱 1만3122건이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린워싱 폭증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워싱 사례가 폭증했다는 것은, 지속 가능성을 외치며 성장한 기업이 사실상 ‘위선의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켰다는 의미로,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우리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윤리경영이 아닌 이미지 경영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홍보할 땐 “2050 탄소중립 달성”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등을 카피로 사용하지만, 실제 생산 과정에서는 폐수 무단 방류, 미검증 탄소감축 수치 조작, 해외 공장의 환경 기준 회피 등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광고대행사에 친환경 이미지 설계를 주문하고, 홍보팀은 지속 가능성 캠페인을 기획한다. 그 과정에는 과학적 검증도, 윤리적 성찰도 없다. 그린워싱이 더 이상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산업화된 거짓의 체계로 굳어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우리 기업 문화에는 오래된 병이 하나 있다. 윤리의 외주화, 즉 도덕의 책임은 PR 부서가 진다는 사고방식이다. 법만 어기지 않으면 괜찮다는 안이한 태도, 규제를 피하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만 좋게 만드는 능력이 곧 경영 역량으로 평가받는다.
이 구조 속에서 ESG는 원칙이 아닌 편법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친환경’ ‘재활용 가능’ ‘탄소 저감’ 같은 단어를 광고에 쓸 수 있는 기준이 불분명하다.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환경 용어는 대부분 자율 해석에 맡겨져 있다. 그 틈새를 기업은 악용하고, 정부는 사후에 적발해봤자 솜방망이 과태료로 끝낸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을 발표했다.
기업이 친환경 문구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과학적 근거를 사전에 입증해야 한다. 검증 없는 홍보는 불법이며, 위반 시 매출의 최대 4%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자율과 신뢰’라는 이름으로 허술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 인증마크가 붙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불법 폐기물이 쏟아지고, ESG 경영 우수기업이라던 회사가 해외 하청업체의 아동노동을 외면하고 있는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제도권이 묵인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국민은 착한 소비자가 아닌 ‘의심하는 소비자’가 됐다. SNS에서는 “이 회사 진짜 친환경 맞아?”라는 검증 콘텐츠가 매일 쏟아진다. 젊은 세대는 브랜드의 탄소감축 데이터와 해외 공장 운영 정보를 직접 비교하고, 위선이 드러난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도 한다.
소비자의 윤리가 시장의 새로운 권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은 여전히 “소비자는 금방 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잊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양심이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없다. 환경을 속인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ESG는 본래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자는 약속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ESG는 ‘투자 유치용 장식품’으로 변질됐다. 보고서에는 푸른 그래프가 넘치지만, 공장 굴뚝은 여전히 회색이다. 숫자는 투명하지만, 양심은 불투명하다.
우리 기업이 ‘윤리 없는 ESG’를 끝내야 한다. 정부는 허술한 인증을 중단하고, 과학적 검증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언론은 기업의 광고비에 흔들리지 말고 녹색 위선을 감시해야 한다. 소비자는 제품의 색깔보다 기업의 진심을 봐야 한다. 환경은 마케팅의 수단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권리기 때문이다.
ESG 인증기관도 문제다. 이들은 기업이 낸 수수료로 운영되고, 평가는 비공개다. 결국 돈을 내는 기업이 고객이고, 인증기관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합격점을 줘야 한다. 그 결과 환경오염 기업도 ‘친환경 경영상’을 받고, 인권 논란 기업도 ‘사회책임 우수상’을 받는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ESG를 투자·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면, 최소한 인증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먼저 인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리 없는 ESG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윤리는 회계처럼 측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윤리가 사라진 기업은 결국 신뢰를 잃고 도산하게 된다. 기업이 싸워야 할 대상은 ‘윤리 없는 ESG’여야 한다.
친환경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다. 지속 가능성은 이미지가 아닌 진심으로만 달성된다. 그린워싱의 폭증은 한국 기업의 거울이다. 이번 국감장에서 겉은 푸르지만 속은 회색인 우리의 기업 윤리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KG모빌리티 H 상무는 지난 27일, 유니루디톡스랩연구소 주최 세미나(ESG 시대의 진짜 가치)에서 “자동차 산업은 공정 효율화, 경량화, 친환경 소재 확대 같은 보이지 않는 곳의 혁신이 브랜드의 신뢰를 만든다”며 “이미지가 아닌 데이터로 증명하는 ESG가 새로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 기업이 H 상무 말대로 데이터로 증명하는 ESG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필자는 우리 기업에 묻고 싶다. “귀사의 친환경은 진짜입니까?”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는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