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무료 세차 이벤트’를 믿고 차를 맡겼다가 도난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며, 사이버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난 13일 ‘이 차량 보시면 연락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차량 도난 사기를 당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글을 썼다”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1일, 당근마켓에서 한 업체가 진행한 이벤트를 신청했다. 새 체인점 오픈 기념으로, 전후 영상을 촬영하면 차량을 무료로 세차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에 충남 천안 안서동에서 차량을 맡겼으나 약속했던 오후 9시, 세차 업체와는 연락이 두절됐다.
심지어 그의 차량은 해당 플랫폼에 판매글로 올라와 있기까지 했다.
A씨는 “제가 안일했다. 당근마켓에 제 차 판매글도 올라왔지만, 클릭해 보니 이미 삭제돼 접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업체 공식 홈페이지에도 문의했지만, 업체 관계자는 “현재 저희 회사를 사칭한 동일한 수법의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당사 역시 경찰에 정식 신고해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이 업체는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서도 “최근 당사(법인)명을 사칭해 무료 세차 제공 명목으로 당근마켓에서 차량 딜리버리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당사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의심되는 연락이나 안내를 받으신 경우, 절대 응하지 마시고 공식 고객센터로 문의 바란다”고 안내하고 있다.
A씨는 “당근마켓 측은 물론 CCTV 담당 업체도 경찰의 공문이 있어야 협조가 가능하다고 한다”며 “경찰엔 당일 신고 접수했으나, 아직 담당 형사가 아직 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 뉴스를 보니 (유사 사례에서) 범인을 잡은 사례도 있어,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며 “제 차량 보시면 연락 부탁드린다. 사례하겠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제가 천안에 사는데, 유심히 살펴보겠다” “(담당 경찰 배정 전) 개인적 사건 해결은 위험할 수 있다” “자기 물건을 왜 남한테 쉽게 맡기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경찰 대동하고, 제3자로 (다시) 유인해서 잡으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중고거래 플랫폼 등 개인 간 직거래를 이용한 범죄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직거래 사기 사건은 1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23년(연간) 7만8000건, 2022년 7만9000건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며, 전체 사이버 사기 범죄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인 약 44%를 차지했다.
당근마켓은 사이버 사기 예방을 위해 지난 8일, AI 에이전트 기반 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게시글과 채팅, 휴대기기 정보 등을 AI로 분석해 사기 패턴을 선제적으로 감지·평가하고, 그 결과를 전문 인력이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사기 피해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보배드림엔 홍보 명목으로 무료 세차 이벤트에 참여했다 차를 도난당했다는 사연이 올라왔으며, 작성자는 사업자등록증과 명함이 전부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무서가 다른 지점이었음에도 사업자등록증의 인감 모양이 A씨가 받은 것과 동일했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선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업체명은 달랐지만, 당근마켓 채팅에서 제시된 안내문 내용이 동일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앞서 지난 5월에도 경기도 화성시에서 동일한 수법의 범행이 3건 발생했다. 당시 피해 차량 3대는 경남 함안의 한 폐차장에서 발견됐으며, 현장에서 차량을 해체던 업자 1명이 붙잡혀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는 당근마켓 글 작성자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으며, 해체한 차량을 해외로 수출해 이익을 챙기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당근에 무료 세차를 해준다는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며 “업체 홍보 차 진행하는 무료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면 한번쯤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A씨는 15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찰에 아직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지 않았다”며 “제 차가 지금 어딘가에서 분해되고 있을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판매 글에 대해선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등 다른 사기에 악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차량 소유주 명의로 바로 판매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어 “그들이 차량을 픽업해 간 주차장에 문의해보니 두 명이 함께 타고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오늘 주차장 관리실을 찾아가 CCTV 자료 열람이 가능한지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kj457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