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염전서 지적장애인 수십년간 강제노역 ‘충격’

2025.10.21 13:25:33 호수 0호

실종 장씨, 37년 만에 생존 확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전남 신안군 소재의 한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이 수십 년간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 경찰과 지자체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부실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일 SBS 보도에 따르면, 신안군 신의도에서 염전을 운영하던 A씨는 지적장애인 장모(65)씨에게 2019년부터 4년 반 동안 임금 6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돼 최근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앞서 2014년에도 부친이 유인해 온 지적장애인을 착취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Q 42의 중증 지적장애인 장씨는 1988년, 20대 후반이던 시절 경기도 성남시에서 실종됐다. 가족들은 장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7월, 광주의 한 요양병원이 법원에 제출한 성년후견 신청 관련 서류가 가족에게 전달되면서 무려 37년 만에 그의 생존 사실이 밝혀졌다.

가족들이 병원을 찾아 장씨를 만났을 때, 그의 상태는 참혹했다. 수십 년간 염전에서 일했다는 장씨의 발톱과 치아는 모두 빠져 있었다.


요양병원 측은 “염전주 A씨가 장씨를 ‘무연고자’로 소개했다”며 “가족이 없는 줄 알고 후견인을 맡으려 했다”고 해명했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염전이 폐업하자 해당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염전에서 경찰 단속이 있을 때마다 산속이나 창고로 숨어야 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전주 A씨는 “오갈 데 없는 장씨를 거둬 돌봐줬을 뿐”이라며 “경찰에도 이미 다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장씨는 A씨 부자에 의해 최소 20년 이상 착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자는 2014년 또 다른 지적장애인 B씨를 유인해 착취한 혐의로도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경찰은 이미 장씨 역시 피해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경찰 수사 자료에는 A씨가 강제노역 사건이 공론화되자 장씨와 B씨를 섬 밖으로 빼돌려 전남 무안군의 가족 집으로 숨겼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장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인권센터가 파악한 ‘염전 강제노동 피해자 명단’에도 포함돼있었으나, 구조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3년 신안군이 실태를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장씨는 여전히 A씨와 분리되지 않은 채 조사받았고 결국 염전에 남겨졌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일요시사>에 “지난해 4월9일경 사건담당자가 공부상 서류를 확인해 휴대전화 번호가 확인되는 피해자의 가족(남동생)에게 연락을 취했다”며 “전화를 끊어버렸고 관련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연락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수사 착수부터 전남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의뢰해 피해자와 함께 면담하고, 장애 여부를 확인해 도움을 받도록 병원 진료를 받도록 피해자를 수차례 설득했으나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했고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피해자를 보호시설 등으로 옮길 법적 근거가 없어 분리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경찰은 피의자를 준사기 혐의로 수사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검찰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신안군청 관계자도 “본인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강제로 분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씨 측 법률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며 “본인이 학대받는 현장에 남겠다고 했다고 해서, 국가가 그대로 방치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게 국가의 역할이냐”고 비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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