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오전부터 뜨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규시즌을 지배했던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코디 폰세(31)가 드디어 가을 야구의 문을 열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의 올해 정규시즌 스탯은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이제는 한국시리즈를 향한 한화의 첫 걸음을 책임진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경기로 꼽힌다. 역대 기록을 보면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확률은 70%를 훌쩍 넘겼다. 그만큼 이날 1차전 경기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한화는 그 무거운 공을 폰세의 손에 맡겼다.
폰세의 올 시즌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리그 전체 투수 지표를 휩쓴 그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부문 1위를 싹쓸이하며 ‘투수 4관왕’에 올랐다. 그는 시즌 중반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흔들림이 없었다. 150km대 초반의 직구,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이 그를 ‘리그 최고 투수’로 만들었다.
눈길을 끄는 지표는 특히 상대팀인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절대적인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무실점 행진을 기록하며 삼성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한화 관계자가 “폰세가 등판하는 날은 선수들 모두가 안정감을 느낀다”며 “그의 존재 자체가 팀의 리듬을 바꾼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플레이오프 1차전은 단순한 기술 싸움이 아니다. 마운드 위의 한 공, 던지는 구질에 모든 명운이 갈린다. 야수들의 수비 실책도 뒤따라줘야 한다.
폰세는 다양한 절체절명 조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보여왔다. 특히 경기 전 루틴을 절대 바꾸지 않고, 항상 같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나서는 모습은 이미 한화 팬들 사이에서 ‘강철 멘탈’로 정평이 나 있다.
상대는 준플레이오프서 SSG 랜더스를 오프셋(‘뒤엎다’는 뜻으로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고 다음 시리즈에 진출하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 후 올라온 ‘프로야구 명가’ 삼성 라이온즈다. 와일드카드와 준PO를 연달아 치르며 체력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전 감각은 최고조에 올라 있다.
삼성은 짧고 끈질긴 타격으로 투수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한화 코칭스태프도 “삼성 타선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폰세의 초반 제구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한화가 지난 몇 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을 지탱할 에이스’의 부재였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강력한 ‘원투펀치’로 대변되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버티는 한, 한화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실제로 와이스가 16승을 거두며, 두 투수는 이번 시즌에서 무려 33승을 합작해냈다.
폰세의 존재는 마운드뿐 아니라 타선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선발이 버텨주는 날, 타자들은 적은 부담감으로 훨씬 여유 있는 타격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1차전의 핵심을 ‘초반 리듬’으로 꼽는다. 폰세가 경기 초반 빠르게 자신만의 템포를 찾는다면, 한화의 승리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삼성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는다면 불펜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승혁·김범수·박상원으로 이어지는 한화 불펜진은 후반 리드 상황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으며 마무리 김서현의빗장투구는 거의 대부분 옳았다(33세이브).
반면, 삼성 입장에서는 초반에 폰세의 직구를 노려 빠른 타점으로 흐름을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야구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하나다. 폰세의 방패냐, 구자욱이 이끄는 삼성 군단의 창이냐다. 그가 이날 6이닝 이상 무실점 혹은 1실점 이내로 버틴다면, 한화는 시리즈 초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것이며, 반대라면 한화의 가을은 또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삼성은 선발로 가라비토를 내세웠다. 한화에 유독 강한 면모(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00, 11이닝 6개 피안타)를 보였던 그였던 만큼, 중반까지 한화 타자들을 얼마나 요리해낼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지표는 폰세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게 사실이다. 시즌 내내 위기 상황에서 더 강했고, 100구 이후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30분, 마운드 위에는 단 한 명의 투수, 코디 폰세가 마운드에 오른다. 이날 그는 한화의 운명을 던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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