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탐라문화제 ‘부실 김밥’ 논란, 관계자 입장 들어보니...

2025.10.15 17:29:46 호수 0호

2줄에 8000원, 속은 흰 쌀밥만 가득
관계자 “사전 점검 땐 문제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제주의 대표 가을 축제인 탐라문화제의 ‘부실 김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축제의 상업화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지난 14일, 탐라문화제 운영위원회는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운영위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향토음식관 일부 부스에서 판매된 김밥 품질과 관련한 논란으로 관람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부스는 축제 주최 측이 직접 운영한 곳이 아니라, 축제장 인근 마을 부녀회가 자율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즉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발단은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제주 탐라문화제 4000원짜리 김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다. 작성자가 공개한 사진 속 김밥은 거의 흰 쌀밥만으로 가득 차 있고, 속 재료도 단무지 한 줄과 얇은 계란지단, 당근 몇 조각뿐 그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당근마켓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이 게재됐다. 한 이용객은 “외국인도 많은 축제에서 김밥을 이렇게 파는 게 맞느냐”며 “1줄은 안 파시고 2줄에 8000이었다. 축제에서 이윤 남기려고 부스를 운영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속 재료는 거들뿐” “1000원짜리여도 안 먹을 듯” “편의점 김밥이 더 낫겠다” “백날 바가지라 말해도 소비해주는 사람이 있는 이상 안 바뀐다. 안 사 먹는 게 답” “축제에 오지 말라고 저러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문이 커지자 행사 관계자는 “70대 고령 어르신들이 참여해 만들다 보니 일부 부실한 김초밥이 판매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다른 음식의 경우 몸국 1만원, 파전 1만원, 멸치국수 7000원, 주류 4000원 등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됐고, 가격표와 견본 사진도 비치했다. 폭리를 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과도하게 상업화된 지역 축제의 부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적인 축제인 탐라문화제조차 바가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탐라문화제는 지난 1962년 ‘제주예술제’로 시작해 제41회부터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제주 대표 가을 축제다. 지난 2002년부터 4년간은 문화관광부(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의 우수 지역 민속축제로 선정돼 ‘개천예술제’, ‘백제문화제’와 함께 3대 축제로 꼽히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단순 지자체의 관리 부실로 볼 사안은 아니며, 지역 축제 운영 상의 구조적 한계일 뿐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주최 측이 현실적으로 모든 부스를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 각 마을 단체 등에 위탁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계자는 15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행사 관람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판매가에 대해선 “축제 때마다 바가지 요금이 문제가 돼, 메뉴판을 제작할 때 사전 협의를 거쳤다”며 “가장 비싼 메뉴도 1만5000원을 넘지 않도록 조정했고, 재료비와 인건비 정도만 충당하는 수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품질 논란과 관련해선 “개막식 전날에도 해당 부스 등에서 10여가지의 메뉴를 점검했지만, 당시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주말에 관광객들이 몰렸고, 부녀회원 분들이 남은 재료로 급히 조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부실한 김초밥을 받으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면서 “지역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부녀회에 요청드려 진행한 만큼, 전문 음식점 수준의 서비스는 다소 어려웠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 논란이 확산된 뒤 ‘제주도 바가지요금 신고센터’ 민원도 확인했지만, 관련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 7월부터 바가지 요금 논란 해소를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축제 현장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광객도 줄어드는 추세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제주 방문 관광객은 765만4780명으로, 전년 동기(약 805만명) 대비 5.0% 감소했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폭은 8.3%로 더 컸다.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의 부실 운영과 가격 논란이 반복될 경우, 관광객 감소는 물론 지역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 축제에서 이 같은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지난 5월, 부산 기장에서 열린 ‘세계라면축제’에선 부실한 운영과 관리 미비로 참가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바 있다. 행사장에 뜨거운 물이 부족해 라면을 제대로 끓이기 어려웠고, 일부 부스는 조기 철수했다는 후기도 올라왔다. 공연 취소와 판매 품목 부족 등 현장 혼선도 잇따랐다.

해당 행사 종료 후 축제 운영사 대표 등은 투자금·공사비 미지급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며, 일부는 사기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 규모는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제주 벚꽃축제에서도 순대 여섯 조각이 담긴 순대볶음이 2만5000원에 판매돼 ‘바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누리꾼들은 “폭싹 당했수다” “바베큐도 바가지로 팔았다” “제주 갈 돈이면 해외여행을 간다” 등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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