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공수처 웃는 이유

2025.10.13 11:25:36 호수 1553호

공소청 거부 검사들 우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사라진다. 평검사와 부장검사들을 중심으로 대검 수뇌부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이 헌법 소원에 나서려 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공수처는 이를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공소청으로 가지 않는 검사들이 공수처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건 지난달 30일이다. 폐지가 확정되자 검사들의 줄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으로 가지 않으려는 검사들을 포섭할 수도 있다. 간부급 검사들을 스카우트해 수사력 논란을 극복하는 것도 공수처에는 기회기 때문이다.

역사 속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대 쟁점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의결된 법률 공포안이 관보에 게재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전담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6년 9월 각각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산하로 신설된다.

공소청은 공소 제기와 유지라는 핵심 역할을 맡아 기존 검찰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곳에 배치되는 인력은 검사 신분도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중수청은 사정이 다르다. 검사직을 내려놓고 수사관 신분으로 일해야 하는 만큼 지원자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내부에서는 부장검사들의 사직이 잇따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에 속한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원대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파견 검사들은 민중기 특검을 향해 “최근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기능이 상실됐으며 수사검사의 공소 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들에 서신을 보내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매우 참담하다”며 “무엇보다 우리 검찰 구성원들이 느꼈을 당혹감, 허탈감, 억울함과 우려를 떠올리면 여러분들에게 면목이 없고 죄송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78년 만에 폐지…중수·공소청으로
“수뇌부들 책임져라” 간부들 성명서

지난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30기, 검사장급)은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재한 글에서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현재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개정안 통과 직후 사의를 밝힌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형사부장을 언급하며 “차 부장은 검찰의 미래를 지켜야 할 인재고, 현재 검찰 해체의 책임을 질만한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라며 “책임지는 지위에 계신 분들은 일단 차 부장의 사의를 철회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김윤선 천안지청장(33기)도 “향후 1년간 직무대행께서 어떻게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절차를 만들어 갈지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대검은 의견 조회 절차를 생략하고 국민참여재판 지침을 갑작스럽게 개정하거나 관봉권 띠지 사건으로 인한 수사관들의 상처에는 대응하지 않았다. 향후에도 이렇게 일방적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검찰 조직 개편 작업에 대응할까 걱정”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29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지검장은 “헌법상 기관 명칭인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거나 변경할 수는 없다”며 “정부조직법에 관해 각계각층에서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인상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32기)은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히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국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대검 차장은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적었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34기)는 이프로스를 통해 “9월26일은 검찰 폐지의 날이 아니라 헌법 폐지의 날”이라며 “다른 모든 반헌법적 요소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검찰총장·검사라는 헌법상 명시적으로 규정된 단어의 문언적 의미에 반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권을 박탈하는 입법이 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력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공소청으로 가지 않을 검사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규모를 키우는 개정안도 잇달아 발의되며 그간 지적돼 온 인력난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여권 ‘규모 확대’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
“공소청? 수사관 대접받느니 공수처 간다”

대표적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강성파인 김용민 의원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직무 관련 범죄’ 등에 한해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 직무와 무관한 범죄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공수처 검사의 권한 남용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다른 유사 법안들과 함께 ‘민간인에게까지 기소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수사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설되는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자리 잡게 되면 결국 경찰과 중수청 비리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하는데 현행법상 공수처는 경무관급 이상만 수사할 수 있다”며 “최소 총경부터 수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 대부분이 공소청으로 가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수청 자리를 검찰 수사관들이 채우고 나면 검사들이 중수청에 갈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수사력 논란


한 검찰 관계자는 “직접 수사할 수 없는 공소청에는 가지 않을 분위기다. 차라리 공수처 조직이 커지면 공수처로 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도 “공수처 입장에서도 검찰 인재들을 영입하면 그간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사력 논란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며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생기지 않으면 공수처에 지원하는 인재들이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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