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를 고치다

2025.10.13 09:06:17 호수 1553호

조용헌 / 삼인 / 1만9000원

조선시대에 명과학겸교수라는 관직이 있었다. 양반과 천민의 중간 계급인 중인이 주로 응시하고, 종6품으로 직책이 높지는 않았으나, 왕실의 은밀한 일들을 다루는 요직 중의 요직이었다. 국가 주요 행사의 날짜를 택일할 뿐 아니라, 관상과 사주팔자를 통해 왕자와 공주의 혼인 대상자를 판별하는 등 왕실 혼사에 깊이 관여했기에 권력의 향방을 좌우하는 저울추가 일정 부분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실제로 반란 사건에 명과학겸교수가 개입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왕실의 어의는 은퇴 후에 시중에서 개업이 가능했지만, 왕실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명과학겸교수는 은퇴한 뒤에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살아야 했다.

고려시대에는 주금사가 있었다. 역시 직책이 낮았으나, 왕실 전속으로 일반 관리보다 높은 녹봉을 받았다. 주문을 외워 병을 쫓고 액운을 물리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다.

인류가 무리를 형성한 이래로 신앙과 종교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었다. 제천 의식을 주관한 제사장이 곧 정치 지도자였던 정교일치(=제정일치) 사회를 지나 정치와 종교가 어느 정도 분리된 중세 시대에도 무당(주술사)과 승려(성직자)는 황제와 국왕의 자문역으로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고, 심지어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교황의 권력이 황제의 힘을 능가했다.

이슬람교와 힌두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명 국가에서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일을 법적으로 금하는 오늘날에는 어떨까?


여전히 종교와 신앙은 정치권력의 풍향계가 되는 주요한 변수로서 힘을 떨치고 있다. 단순히 어떤 종교 세력이 ‘머릿수’로 밀어붙여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믿음’이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공직자, 법조계 인사 등 정치권력에 가까운 집단일수록 그러한 믿음을 신봉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 같은 현상은 많은 사람이(권력자일수록 더) 세상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수용하고 있거나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과학을 신봉하는 무신론자도 일부러 터부(taboo)를 거스르지는 않으며 불길한 내력과 기운을 가진 장소는 피한다.

우리 편을 응원하고 뜻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행위 역시 현실을 초월하는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신’이라고 일컫는 영역에 속하는 행위와 믿음은 과연 실질적인 효능을 발휘하는가? 과학과 합리적 사고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가? ‘미신’이 마냥 허상이고 사기이자 일시적 유혹이라면 그토록 오랜 시간 인류가 신봉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이 책 <팔자를 고치다: 조용헌의 운세 이야기>는 명확하게 답한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미지의 힘은 분명 존재하며, 이런 힘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팔자와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해야만 전통 신앙의 지혜를 합당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조용헌의 이 책이 가장 좋은 길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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