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국민의힘 장외투쟁, 왜?

2025.09.29 17:03:03 호수 1551호

좌우 가리지 않고 주도권 알박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색 짙은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하면서 주도권 뿌리 내리기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또 강경 보수 세력과 함께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장외투쟁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지는 사이 중도층은 점점 더 국민의힘과 멀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엔 “국가의 통치 체계 전반을 뒤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법안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당시엔 “30명까지 증원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었고, 최근엔 연간 4명씩 3년 동안 12명을 늘려 총 26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거여 민주당
뿌리 내리기

대법관 14명 중 재판 업무를 전담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에만 참여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2150건이다.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합의체 사건 외엔 대법관 4명으로 각각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한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밀려드는 상고심 수에 대비해 상고 이유가 ▲헌법·법률 위반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건 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부활 ▲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돼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법사소위를 통과한 직후부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지난 22일엔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을 주도했다.

조 대법원장과 민주당은 지난 5월 이후 갈등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회부 9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 등은 “9일 만에 어떻게 사건 기록 6만여쪽을 검토할 수 있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대법관 증원을 서둘렀다.

검찰청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민주당의 오랜 비원인 검찰개혁 구상이 헌정사상 가장 강경하게 반영된 법안이다. 여기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명분을 보탰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등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일 단위로 계산하는 관행과 달리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그러자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심 전 총장은 끝내 제기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원로 보수 정치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더 구설에 올랐다. 심 전 총장의 당시 대응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논리에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보수색 짙은 기관 장악
“도대체 막을 방법이…”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와 통합돼 사라졌다가 18년 만에 부활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에 대해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돼 ▲예산 편성 ▲재정 정책·관리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기획’과 ‘재정’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부처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오랫동안 나돌았다.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 기능도 지금까지와 달리 영향력을 약화할 새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18년 만에 해체될 예정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18년 만에 부활한다. 국내 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 채 금융감독 기능만 전담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해체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현 정부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승계를 차단하는 부칙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자동으로 임기 종료를 맞이해 해임될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에 이관해 탄생하는 부처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이에 대해서도 “규제 부서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울 우려가 있고, 에너지 정책이 이원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엔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 관련 에너지 정책이 이관되고, 종전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통상부에 남기 때문이다.

이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방안은 관할 상임위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기 때문에 추후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에 태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안은 ▲사법부 ▲검찰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보수 성향이 짙은 국가 핵심 권력기관에 집중돼있다. 이 중 사법부·검찰은 민주당과 악연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정권·절대 다수 의석·40~50대 유권자의 열성 지지를 권력의 축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2연속 압승을 거뒀다.

뻔하디 뻔한
이 끌어내기

하지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세대의 가치관은 돌고 돈다”는 주기·세대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 남성과 마찰을 빚은 지 오래다. 이들은 약 20년 후 주축 세력이 된다. 민주당으로선 3개의 축을 토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금 국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은 그 주도권을 뿌리 내리려는 ‘알박기’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은 총 171석을 보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의석을 합치면 총 190석이기 때문에 불과 107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신당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와 장외집회를 동시에 진행해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에 대응하려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법안 1개당 최소 24시간을 소요시킨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해 최대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5의 찬성으로 강제 종결시킬 수 있다. 범여권 의원이 모두 모여 법안마다 시간 지연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리버스터 효과도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는 1960년대에 불과 2회 진행됐던 것과 달리, 지난 2016년 이후 총 11회가 진행됐다. 지나치게 자주 활용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1일 야당 탄압·독재 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장외집회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 장외집회는 필연적으로 강경 보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구 집회 현장엔 윤 전 대통령 석방 요구와 부정선거론 등 강경 보수들이 선호하는 논점을 적은 깃발이 휘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단에서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 혐의를 받아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호응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장외투쟁?
장외투정?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김 최고위원보다 더 과격한 주장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정청래는 반헌법적 정치 테러 집단 수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1명을 위한 나라가 됐다”며 “이재명이 국민·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인민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처럼 “멈춰 있는 이재명의 재판 5개가 빨리 다시 시작되도록 해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시위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변혁을 이끄는 큰 무대가 되려면, 관점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일부 강경 보수 세력 등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주는 세력과 단절하지 못해 거부감을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대규모 장외투쟁은 필연적으로 과격한 언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해당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장외집회에서 극단 세력과 함께 어우러지면 같은 세력처럼 보이는 나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 민심과 서울 도봉갑에선 당원과 유권자 모두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거의 힘을 못 쓰고 맥이 다 빠져 있다”며 “장외투쟁은 중도층 지지율을 올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중도층에겐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안 맞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시작 후 한 달도 안 돼 국회 밖으로 도망갔다”며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장외투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최약체 지도부라서 땡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이날 장외집회엔 약 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겐 암묵적으로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요구와 당원 동원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에겐 비호감이 쌓일 가능성이 많은 대응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파악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일요시사>와 만나 “보수는 이제 소수 진영”이라며 “이젠 새로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107석을 가지고 개헌만 간신히 저지하는 소수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한 투쟁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점점 멀어지는 중도층
할 일은 ‘과거 복기하기’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 당시 박근혜 대표가 주도해 당사를 매각한 후 여의도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도 일부 타격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선거캠프가 받은 불법 선거자금이 이회창 캠프가 받은 자금의 1/10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선후보 측은 824억원을 받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114억원을 받았다.

1/10을 넘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로까지 연결됐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나름의 쇄신하려는 노력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박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의 출현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경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의견을 바꾸고 있다. 장외집회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세운다고 해서 장 대표가 중도층을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의 ‘용꿈’을 좌우할 첫 시험대가 될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국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권력기관 개편에 몰두하는 틈을 노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 통치 권력의 틀을 확고하게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다수의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다수의 탄핵소추를 했던 특유의 ‘밀어붙이기’ 관성을 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동어 반복도 여전하다.

이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이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헌정 사상 정권교체는 대체로 주어진 힘을 절제해 사용하지 않는 흐름 끝에 진행됐다.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대로
3년 더?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 옹립과 민주당에 적대적인 2030세대 남성과 노년층을 묶어 대항하는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자멸과 지지층이 분열한 끝에 지난 6월, 정권을 내줬다.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장외집회에서 거친 언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성공 사례를 복기하는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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