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광주 외식업종의 폐업이 늘고 있다. 적게는 16년, 길게는 40년 이상 지역을 상징하던 터줏대감 가게들도 문을 닫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09년부터 광주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 중심부를 지켜온 F 카페가 지난달 15일을 끝으로 16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지역민들은 이른바 ‘동리단길’ 형성의 주역이자 수많은 카페·식당의 간판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F 카페의 폐업을 아쉬워했다.
직장인 서모(32)씨는 “동명동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통할 만큼 유명하고 추억이 깃든 곳”이라며 “광주에서는 그나마 동명동과 첨단 상권이 젊은 층 수요가 큰데 임대 현수막이 붙거나 2년을 못 넘기는 가게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 지역 카페들의 존속 기간은 평균 3년 정도로 매우 짧았다. 다른 요식업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84년부터 광주 대표 한정식 전문점으로 꼽혀온 아리랑하우스도 구도심 공동화와 불황 장기화 영향으로 지난해 7월 문을 닫는 등 외식업종 전반의 생존 기간이 급격하게 짧아졌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광주 커피 음료점 2762곳의 평균 연 매출은 1억1418만원, 평균 사업 존속 연수 3.1년(전국 3.8년)으로 나타났다.
카페·술집 평균 3~6년 내 폐업
“유동인구·임대료 함께 고민해야”
카페는 통상 원재료비 부담이 적고 매장 임대료·인테리어 비용 등이 큰 업종으로 인식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원두 가격이 폭등하고 임대료도 급상승한 데다가 사업장 수도 포화 상태여서 생존 기간이 짧은 것으로 풀이된다.
패스트푸드점 1424곳의 평균 존속 연수는 4년7개월, 호프 주점 1540곳도 5년10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비교적 유행을 많이 타는 일식(364곳)과 기타 외국 음식점(507곳)이 각각 3년10개월로 가장 짧았고 한식 음식점(1만723곳)은 6년1개월로 비교적 더 길었다.
중식 음식점(539곳)의 평균 존속 연수는 6년5개월로 가장 길었으나 이미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기점으로 대형 또는 배달 전문점을 제외한 영세 중식당 상당수가 폐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들은 빨라진 유행 주기에 스스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도 하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 유동 인구 유입 대책, 임대료 현실화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윤모(52)씨는 “상무지구는 경기침체와 공실률 등의 영향으로 최근 5년간 임대료가 정체되거나 낮아지는 추세인데 금남로는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 제값을 못 받을 바에는 비워두는 곳이 많으니 임차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34)씨는 “동명동은 평일 낮 유동 인구가 적어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는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했지만 창업 지원 시설이 들어오면서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한다”며 “광주를 지탱하는 자영업자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유동 인구 유입 방안과 상생을 위한 임대료 협약 등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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