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쟁

2025.09.15 09:18:03 호수 1549호

요한 하리 / 어크로스 / 2만2000원

사람들은 ‘마약 전쟁’의 목적이 마약 사용을 예방하고 중독자들을 사회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시작은 전혀 달랐다. 20세기 초, 미국이 마약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마약국은 범죄의 경중과 마약의 사용처를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용자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합법적 마약을 처방한 의사들마저 체포되는가 하면, 유명한 헤로인 중독자였던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는 표적 수사의 대상이 됐다. 중독자들에게 치료와 회복의 기회는 조금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이는 국가가 개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방식이 ‘처벌’이라는 이름의 전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서막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동안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을 건져낸다.

폭력 조직은 왜 경찰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마약금지법을 더 강력하게 집행하라고 청탁했을까? 왜 다른 범죄와 달리, 마약 범죄는 단속을 강화할수록 폭력 범죄율이 올라가는 것일까? 마약에 대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정책을 선택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저자는 마약으로 인해 삶이 뒤바뀐 중독자, 10대부터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멕시코의 마약상, 중독의 화학적 기전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와 생물학자, 각종 마약 복용을 비범죄화하도록 정책을 바꾼 포르투갈의 한 의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 약물 중독 문제를 이전과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벌과 단속에 의존해 온 낡은 방식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중독은 약물의 화학적 속성보다는 상실·고립·사회적 단절에서 비롯된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요한 하리는 마약 전쟁에서 숨겨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현재의 정책은 중독자와 그 가족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회복의 기회를 빼앗는다. 마약 전쟁이 불러온 가장 참혹한 결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범죄 조직의 폭력은 치솟고, 아이들은 매일 밤 총소리에 익숙해지며, 한 번의 실수로 잡힌 청년들은 평생 이등 시민으로 낙인찍힌다. 중독 문제는 줄이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마약 전쟁>은 요한 하리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올려놓은 그의 첫 책으로, 2015년 현지에서 처음 출간되자마자 논쟁적인 문제작으로 뜨겁게 주목받았으며, 미국에서 마약에 관한 논의를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약 전쟁>은 마약 문제를 범죄로만 다뤄온 기존의 접근이 오히려 중독자를 사회로부터 더 단절시키고 폭력의 악순환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마약을 둘러싼 공포와 오해, 그리고 수많은 실패의 역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진지하게 제시하며, 우리가 마약과 중독에 대해 가지고 있던 해묵은 생각들을 뒤흔들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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