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송언석 막말 논란과 정치 신뢰의 위기

2025.09.11 10:13:08 호수 0호

최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과격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거칠고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송 원내대표의 막말은 정치권 전반에 파문을 던졌고, 여야를 막론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개인적 언행을 넘어, 국회의 품격과 정치인의 책임 의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송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은 지난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불거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의 내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발언하자, 그는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66쪽에 달하는 노상원 수첩에는 이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정 대표 등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언론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나 ‘좌파 유튜버’들도 포함돼있었다. 특히 체포 후 등급(A~D)별로 연평도로 이송하거나 무인도, 교도소, GOP(비무장지대 전방 초소) 등의 장소에 수용 후 폭파(사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해당 발언에 대해 “역대급 망언이다” “패륜적 발언” 등 강력 비판했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함께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국민의힘은 “영상을 보지 못해서 (발언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문제의 발언은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발언의 장본인이 송 원내대표였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특히 국민 앞에 중계되는 회의 자리에서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정 대표도 이튿날(10일), 자신의 SNS에 “노상원 수첩에 살 떨리고 송언석의 패륜적 망언에 치가 떨린다. 사람이기를 포기한 송씨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의원직부터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송 원내대표의 막말 발언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라며 자제를 촉구했고, 지도부 차원에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보수 패널’로 유명한 장성철 공론센터소장도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진짜 보수 패널로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원내대표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대화 파트너가 정청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인데 이런 분들이 ‘연평도 꽃게 밥이나 벙커에서 통닭구이가 되는 걸 바랐다는 거 아니냐”며 “입밖에 내선 안 되는데 정권이 바뀌었고 국민 선택에 의해 이재명정권이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대화의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것 같고 야당 원내대표로서 역할이 없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망언이고 망발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직격했다.

정치권 전반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송 원내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송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민주당의 과잉 반응은 송 원내대표의 오늘 연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언론들은 이번 막말 사태를 ‘정치인의 언어 책임’ 문제로 집중 조명했다. 주요 일간지들은 “국민 앞에서 막말을 일삼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질타했고,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역시 송 원내대표의 태도를 지적했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해 의사를 결정하고 사회적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따라서 언행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제1 야당 원내대표는 당의 정책을 총괄하고 협상을 이끌어가는 중추적 위치에 있다. 그가 내뱉는 말은 곧 당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은 정치인의 언어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지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회성의 감정적 표현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의 품격은 의원 개개인의 언행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막말, 고성, 몸싸움까지 반복되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송 원내대표의 막말은 이 같은 불신을 다시 한번 증폭시켰다.

제도적 보완책도 시급하다. 국회 윤리특위의 실질적 권한 강화, 막말과 비속어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징계 기준 마련, 그리고 의원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 단순히 여론의 뭇매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로 정치인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막말 논란은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화 전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대화와 타협 대신 공격과 비난이 일상이 된 정치 구조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책 생산이 어렵다. 선거 때마다 강경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공존과 협력, 품격 있는 토론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송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변화를 촉구하는 ‘경고음’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신뢰는 정치의 생명과도 같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 삼아 정치권에선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송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언행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회의 품격과 정치권 전반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국민은 더 이상 막말 정치, 감정적 정치에 인내하지 않는다. 정치인 스스로 언어의 무게를 자각하고, 품격 있는 의정활동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이번 사건이 일회성 논란으로 끝난다면 국회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정치권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혁신한다면, 오히려 국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정치인의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다. 이제는 그 막중한 무게를 진정으로 감당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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