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단비? 강릉, 도암댐 비상 방류⋯‘불안한 해갈’

2025.09.10 17:34:28 호수 0호

생태계 혼란 등 우려 목소리
시 “수질 등 엄격히 관리할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 극복을 위해 평창 도암댐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10일 결정했다.



강릉시는 이날 “이른 시일 내 지자체,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수질검증위원회를 통해 비상 방류수의 수질과 방류 체계의 안정성 등을 엄격하게 관리해 시민들이 생활용수를 공급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 차원에서 환경부 수질검사와는 별도로 자체 검사를 실시해 생활용수 원수로 부적합할 경우, 비상 방류를 중단할 방침이다.

앞서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실시한 도암댐 도수관로 수질분석 결과, 비상 방류수는 정수 처리를 거치면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홍제정수장의 정수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강릉시에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릉시는 비상 방류수가 남대천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해, 하루 최대 1만5000톤(t)의 원수를 홍제정수장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송수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강원도 재난기금으로 지원되며, 홍제동 국사여성황상 앞에 송수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도 도암댐과 발전소를 잇는 도수터널 구간에 직경 25mm, 길이 20~30m의 우회(바이패스) 관을 설치하는 등, 설비 개선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는 오는 20일께 마무리돼 시험 방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릉시 관계자는 “도암댐 비상 방류로 하루 1만톤의 원수를 확보하면 오봉저수지 저수율 하락세를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뭄 극복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행정안전부, 환경부, 강원도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0%(172만톤)로 평년(69.6%)의 6분의 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강릉의 3~8월 누적 강수량 역시 388mm에 그쳐 평년(888mm)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마른 장마와 강수 부족으로 저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30일 강릉을 가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방부·소방청·산림청 등 관계 부처는 급수차와 헬기를 투입해 긴급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9일엔 경기 김포시에서 병입 수돗물 1만병을 보냈고, 이보다 앞선 8일 수원특례시에선 살수차와 급수차 5대를 동원해 약 26톤의 물을 공급하는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에서도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이 같은 지원이 잇따르면서 강릉의 극심한 가뭄 상황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잖게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도암댐 비상 방류 결정으로 생태계 교란 등 불안 요소가 남아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은 도암댐 물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수질보다도 온도 차이가 많이 나서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강릉은 해발 3~40m인데 평창은 거의 900m 고지라서 (수온이) 4~5도 정도 차이가 난다”며 “그걸 바로 농업용수로 쓰면 냉이가 생기고, 하천에 바로 보내면 어류들이 산란하지 않는 등 생태계에 혼란이 온다”고 설명했다.

과거 방류 피해 전례도 이 같은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앞서 강릉시민들은 도암댐의 발전방류로 하천 오염 등 환경 피해를 겪은 바 있다.

지난 1991년 건설된 도암댐은 대관령 일대 물 3000만톤을 가뒀다가 15.6km 길이의 관을 통해 강릉수력발전소에 보내 전기를 생산한 뒤, 강릉시를 관통하는 남대천으로 흘려보내는 유역변경식 방법으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대관령 일대 목장의 가축 분뇨와 고랭지 밭 토사, 농약 등이 섞여 남대천은 농업용수로도 쓰기 힘든 4급수 수준의 오염수로 전락했고, 강릉시민들이 반발한 끝에 2001년 발전방류가 중단됐다.

당시 도암댐 물은 물고기조차 찾아보기 힘들 만큼 오염됐으며, 다이옥신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다수 검출돼 하류 해안까지 피해가 번졌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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