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헬스장에서 작동 중이던 런닝머신에 의해 한 회원이 올라갔다가 부상을 입으면서 책임 소재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난 4일, ‘헬스장에서 넘어졌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그는 비어있는 런닝머신을 이용하기 위해 올라섰다가 이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당시 휴대전화로 웹툰을 보느라 기계가 작동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탓이다.
얼마 후 이전 사용자가 나타나 넘어져 있는 A씨에게 “화장실에 다녀왔다. 죄송하다”면서도 “(작동 중인 걸) 잘 보고 타셨어야지”라고 훈계했다.
A씨는 “(잘 보고 탔어야지라는) 그 말에 속상함을 느꼈다. 최소한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냐”며 “(다투지 않고) 넘어가긴 했지만, 아침부터 운이 없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큰 부상은 아니지만 네 번째 손가락에 상처가 나고, 왼쪽 무릎에 멍이 들었다”며 “휴대전화 보느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도 있지만, 당연히 꺼져 있었다고 생각한 내 잘못이냐”고 토로했다.
회원들 사이에선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일부 회원들은 “본인 잘못인데 남탓하네” “확인 한번 하고 올라가는 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닐 텐데…” “상대방 말이 밉상일 수는 있지만 작성자 잘못” 등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A씨를 비판했다.
한 회원은 별도의 게시글을 올려 “헬스장 계약서 약관에도 ‘본인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안내가 있다”며 “(런닝머신을) 켜둔 채 자리 이탈한 사람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헬스장은 철제 기구 등 위험 요소가 많은 곳인 만큼 결국 본인이 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일부 회원들은 “헬스장 매너를 모르는 듯하다. 기구에서 내려오면 일단 꺼야 한다” “타는 사람도 조심해야겠지만 잘잘못을 따지자면 켜놓고 간 사람 잘못” “1차적 원인은 안 끄고 간 이용객” 등 A씨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헬스 트레이너로 15년간 일했다는 한 회원은 “대부분은 자리가 비어있으면 멈춘 상태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무심코 발을 올렸다가 크게 다치는 사례도 몇 번 봤다”며 “런닝머신을 끄지 않고 내려오는 것은 살인미수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험 처리 문제나 고소 등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헬스장 운영자들도 런닝머신을 켜두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이날 밤 A씨가 올린 후기 글로 일단락됐다. 첨부한 런닝머신 사진에는 “운동이 끝나거나 잠시 자리를 비울 시 반드시 전원을 끄고 내려와 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돼있었다.
사후 조치와 관련해 A씨는 “해당 이용객은 이전에 같은 일로 경고를 받았으며, 이번이 두 번째라고 들었다”며 “헬스장 측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용 수칙을 새로 마련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침에 빠르게 냉찜질하고 한의원도 다녀왔더니 이제 아프지 않다”면서 “저도 앞으로는 운동기구 이용 시 한 번 더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겠다. 제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서울 강남역이나 신도림의 지하철 환승 역사 내부, 지하철 계단 등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 현상이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교통사고는 최근 5년 새 꾸준히 증가 추세다.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다가 신호를 놓치거나, 주행 차량과 부딪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10~30대 젊은 층에서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스몸비로 인한 사고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교통 체증 유발, 응급실 진료 비용 증가 등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보행 중 부상’ 진료 건수의 상당수가 스마트폰 관련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은 “잠깐이니까 괜찮다” “습관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행 시 5분간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습관만으로도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음성 안내 기능, 이어폰 통화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된다.
도시는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 세상에 몰입한다. 하지만 그 사이 길 위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스몸비’라는 이름은 웃어넘길 유행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마주한 심각한 안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