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젖병 세척기 논란

2025.09.02 07:56:06 호수 1547호

회색 분말 정체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영유아 젖병 세척기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내부 부품 파손으로 시작된 논란이 이제는 업체의 무대응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피해자들은 업체에 대해 형사와 민사상 모두 법적 대응에 나섰고 정부기관에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한정적인 리콜과 환불로 대응하던 업체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업체의 젖병 세척기에서 파손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피해 사례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 피해자들은 집단소송까지 예고했지만 업체의 대응은 전혀 없는 수준이다.

플라스틱 잔해

오르테와 소베맘 젖병 세척기에서 내부 플라스틱 부품이 갈라지거나 깨지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업체 측 대응이 전혀 없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육아 커뮤니티와 오르테·소베맘 젖병 세척기 피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부 회전 부품의 비정상적인 마모, 파손 등으로 인한 내부 PP플라스틱 부품의 잔해로 보이는 회색 분말, 조각 등의 인증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제품 하자는 ▲‘내부 PP 플라스틱’ 부품 마모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회색 분말과 조각, 부스러지는 현상 ▲젖병 거치대 손상 및 마모 ▲열탕 소독 시 발생하는 플라스틱 실타래(플라스틱 섬유질 추정) 등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르테와 소베맘 측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일부 제품에 한해 환불·교환 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오르테 젖병 세척기 중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 사이에 생산된 일부 제품이다. 오르테 측은 이 기간 중 제품 내부 부품이 파손되면서 젖병에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유입될 수 있는 결함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오르테 측은 “문제가 생긴 해당 제품은 일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이상으로 인해 부품이 약해진 상태로 출고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 발생 시점으로 파악된 지난해 12월 생산분부터는 전량 검수 및 생산 중단 조처가 내려졌으며, 이미 출고된 제품에 대해서는 시리얼 넘버 기준으로 교환·환불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베맘 젖병 세척기’를 생산한 제이든앤인터내셔널도 앞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해당 회사는 자사 제품 하단 선반에서 균열 현상이 발생한 점을 확인했으며, 품질 이상이 발생한 생산분의 배합 비율을 전면 재검토하고 생산 공정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한정적 리콜·환불
“문제 숨기려는 얕은 수작”

소베맘은 사과문에서 “문제가 된 제품은 상반기 생산된 일부 선반 제품에 한하며, 이후 생산분은 품질 검수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매월 공장 품질 점검과 함께 소비자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또 지난 1월~4월 사이 ‘소베맘 젖병 세척기’를 구매한 고객 중 제품 이상을 경험한 이들에 대해서는 빠른 환불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업체의 이 같은 대응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업체들은 말도 없이 부품 교체를 위해 부품을 소비자들에게 배송하거나 일부 시리얼 번호만 한정된 기간 동안 리콜 및 환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피해자 A씨는 “오르테 측이 지난 6월에 갑자기 ‘제품 내구성 향상’을 이유로 문제가 된 부품의 교체를 권고하며 부품을 일괄 발송했다”며 “부품을 교체하면서 이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자의적으로 부품을 교체했고 교체 당시에 생긴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 있던 문제인지 밝히는 것이 어려워졌다. 오르테는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고 문제를 숨기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오르테가 말한 시리얼 넘버에 해당하지 않는데 동일한 증상이 있었다”며 “하지만 오르테는 리콜과 환불 접수를 받고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런 문제로 현재 네이버 카페 ‘오르테&소베맘 젖병 세척기 피해자 정보 공유 및 소통 카페’의 회원 수는 6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달 공식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민사 및 형사소송을 병행하는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아울러 제조사에 대해 ▲제3의 공인기관을 통한 시료 분석 및 결과 공개 ▲정부·제조사 합동 조사단 구성과 조사 기간 중 판매·광고의 일시 중단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기간·구매처 제한 없는 전면 환불 및 교환 등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교범 변호사(법무법인 지금)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하자를 넘어, 제조물 책임과 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리콜 대상이 아닌 제품들에서도 유사한 결함이 확인되는 만큼, 위자료와 실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형사소송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품 파손에 이어 무대응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451건 접수

이어 “젖병 세척기가 식품위생법상 식기세척기류로 분류돼 어린이제품특별안전법 적용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신생아용 제품임에도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한 만큼, 제도 개선 촉구와 함께 OEM 제조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오르테와 소베맘이 연락이 두절됐다는 점이다.

김해시에 거주 중인 C씨는 “오르테가 정한 기한 동안 리콜 신청을 하지 못해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도 연결음만 계속될 뿐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D씨는 “지금 소베맘은 연락이 안 된다. 온라인 문의도 로봇 답변으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피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 온라인에서 환불을 못 받았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소베맘은 아무런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요시사>에서도 각 업체 고객센터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로봇 채팅을 통한 답변만 받을 수 있어 사실상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오르테의 주소에 찾아가 본 피해자도 있다. 그는 “하도 연락이 되지 않아 사무실 주소로 찾아가 봤다”며 “오르테 기업정보에 나와 있는 주소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 관리사무실을 통해 연락을 취해봐도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고, 홈페이지에 있는 주소는 주식회사 삼부자가 창고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기관에서도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 수입·판매되고 있는 젖병 세척기 오르테와 소베맘은 지난 7월17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451건의 피해 상담이 접수됐다.

소비자연맹은 “오르테는 내부 부품 마모·균열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홈페이지나 제품 공지를 통해 구체적 안내 없이 부품 교체와 기존 부품 폐기만 안내했고, 소베맘은 유사한 품질 불량 사례가 확인됐으나 피해 범위와 원인 공개 없이 제한적인 교환·환불만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품 마모

이어 소비자연맹은 “해외 유입 저가형 제품의 결함이 명백히 추정되고 피해가 다수 발생한 경우 판매와 중지를 권고하고 즉시 안내 가능하도록 임시리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영유아 제품 특성을 고려해 젖병 세척기를 어린이제품안전법 적용 대상으로 전환하고 해외 OEM 제품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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