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협박죄? 사제폭탄 위협 30대⋯첫 유죄 판결 주목

2025.08.18 14:40:10 호수 0호

재판부 “600만원 벌금형” 선고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사제폭탄을 들고 위협 행위를 벌인 30대가 공중협박죄로 첫 유죄 판결을 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5단독 김웅수 판사는 공중협박 혐의로 기소된 30대 김모씨에게 지난달 23일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 5월2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쓰레기 수거 장소에서 부탄가스와 전선, 휴지 등으로 사제폭탄을 제작한 뒤 불을 붙일 듯 위협적인 행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약 40분간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안 드는 놈은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불특정 다수를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노상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해악을 고지해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이 사건 범행은 이종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으므로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지적 장애를 가진 점, 폭탄 제작 방식이 조악해 실제 위험성이 크지 않았던 점 등도 고려됐다”며 “범행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피고인의 행동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재판은 공중협박죄가 처음 유죄로 인정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판결로 꼽힌다. 비록 실제 피해는 없었지만, 김씨가 불특정 다수를 협박했다는 점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었다.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해 공포심을 조성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지난 3월 신설됐다. 위반 시엔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 역시 예방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중협박죄 시행된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폭발물 협박 사건이 72건 발생했고, 이 중 48명이 검거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허위 폭발물 협박 등은 사회적 손실이 큰 만큼 예방 교육과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범죄예방대응국장을 중심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잇따른 테러 협박으로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아이돌 그룹 콘서트 직전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가 접수돼 관객 2000명이 대피했고, 공연이 2시간가량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특공대 등 57명과 소방 인력 70여명이 투입돼 사회적 비용도 낭비됐으나 허위로 드러났다.

지난 5일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직원과 고객 약 4000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범인은 제주에 거주하는 중학생으로 드러났으며, 영업 중단에 의해 백화점 측은 5~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당초 공중협박죄가 신설된 배경엔 기존 협박죄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범죄 성립을 입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허위 폭발물 신고 등은 그동안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리돼왔다. 경찰·소방의 긴급 출동을 ‘공무집행방해’로 본 것이며, 해당 죄의 법정 상한은 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원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공무를 방해하려는 의도만으로는 범죄 성립이 어렵고, 공무원의 오인·착각 및 구체적 직무 집행 방해가 입증돼야 유죄가 인정돼 실제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사건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하지 않고, 경범죄처벌법만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당시 “구체적인 직무 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경찰력이 대거 투입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도 입증이 쉽지 않아 처벌에 한계가 있었다.

한편 일부 국가에선 오래전부터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협박을 별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해 왔다. 영국은 지난 1977년 제정된 형법에서 폭탄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해 최대 7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1970년대에 제정된 연방법과 주법 개정을 통해 폭발물 설치 예고 등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최대 10년형으로 처벌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다수의 주에서 가중처벌 규정을 두는 등 형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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