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후폭풍

2025.07.28 10:19:48 호수 1542호

“정정보도 됐지만…지체상금 물게 생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 같은 일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어났다.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 후폭풍으로 업체 한 곳이 통째로 뒤흔들리고 있는 것. 업체 관계자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무형의 피해도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모든 일은 지난해 8월경 시작됐다.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하던 대기업이 부품 공급업체를 바꾸려 하자 해당 업체 대표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찾아갔다. 업체의 민원을 들은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지난 5월 보좌관은 직접 작성한 보도자료를 이메일을 통해 배포했다.

Y사 초토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경찰청 순찰차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순찰차의 납품 지연 문제를 지적하면서 경찰청과 특정 업체의 유착 의혹을 언급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업체는 특장 업체인 Y사와 그 자회사인 N사다.

일반차에 리프트 경광등과 멀티캠 설치, 데칼 작업 등을 거쳐 순찰차로 바꾸는 게 Y사와 N사의 주된 업무다. 오 보좌관은 Y사와 N사가 지난 10여년간 경찰청과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맺은 부분을 지적하며 담합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Y사와 N사의 계약 물량이 늦게 공급된 점을 경찰청이 문제 삼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의혹도 거론했다.

Y사와 N사는 오 보좌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대해 반박했다. 순찰차 납품이 지연된 것은 경찰청이 Y사와 N사 물량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며, 리프트 경광등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경광등 제조 업체인 H사가 이유 없이 발주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Y사는 지난해 11월 경찰청과 협의 이후 리프트 경광등 공급업체를 바꿨다.

그러면서 Y사는 오 보좌관이 H사의 민원만 듣고 보도자료를 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 보좌관은 지난해 8월 지역 향우회장과 함께 H사 대표를 만났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에게 정치 후원금 500만원을 낸 시기도 이때다. 오 보좌관이 정치 후원금을 받고 특정 업체의 민원을 들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오 보좌관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3억원(정치 후원금 모금 한도) 중에 500만원을 냈다고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에 매달렸겠나”라며 “해당 업체의 문제 제기가 타당했고 실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들여다보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H사 대표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신정훈 의원이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들어서 (정치 후원금을) 낸 것”이라며 민원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보도자료로 인한 후폭풍이다. 이메일을 통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전달된 보도자료는 수십 건의 기사로 보도됐다. 기사를 접한 Y사가 오 보좌관과 만나 보도자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Y사 관계자는 “오 보좌관은 보도자료를 내기 전 우리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언중위 업체 손 들어줬다
납기 지연 책임 공방 중

결국 Y사는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에 제소했다. 언중위는 언론 보도로 인한 분쟁을 조정, 중재하는 준사법적 독립기구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신청인 측에서 정정·반론 보도 요청, 손해배상 청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Y사는 언중위에 정정 보도를 바란다는 내용의 조정을 신청했다.

Y사는 “피신청인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언중위는 지난 15일 진행된 조정 기일에 Y사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Y사 관계자는 “기사에 대한 정정 보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각 매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 정정 보도에는 “신형 순찰차는 각 시·도 경찰청에서 전수검사를 통해 경광등 등의 작동 여부를 확인 후 정상적으로 출고됐다”고 적시돼있다.

또 순찰차 납품 지연과 관련해서도 한 매체는 “사유가 업체 측에 있지 않다”고 했으며 또 다른 매체는 “경찰의 검사 지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일부 매체에는 “경찰청과의 계약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체결된 것”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Y사 관계자는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정 보도가 나와서 다행”이라면서도 “삭제된 기사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사들이 살아 있다”고 토로했다. 또 “언중위 조정으로 정정 보도가 나가긴 했지만 그 내용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지 모르겠다”며 “회사가 입은 무형의 피해는 이미 막중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Y사는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도 처했다. 지체상금은 계약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정해진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을 때 그 지연에 대한 페널티로 지급하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계약 금액에 법정 지체상금율, 지체일수를 곱해 계산한다.

Y사의 경우 순찰차 납품이 늦어진 것에 대한 책임 소재를 판단함에 있어 지체상금 부과 여부, 금액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Y사의 순찰차 납기일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하지만 실제 순찰차가 납품된 시기는 올해 5월로 4~5개월의 납기 지연이 발생했다. 경찰청과 Y사는 납품이 늦어진 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Y사는 경찰청의 검사 지연 등의 이유로 납기를 맞추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Y사 관계자는 “언중위에서 순찰차의 납기 지연이 업체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조정이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의원은 쏙?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Y사에 지체상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Y사는 대응책을 놓고 고심에 빠진 상태다.

Y사 관계자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10여년간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납기를 못 맞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체상금 자체를 처음 부과받은 것”이라며 “대응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체상금 위원회에 우리 입장을 어필했지만 상황은 2시간 만에 종결됐다”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됐다”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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