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에 묶고 “잘못했다고 해” 외노자 인권유린 입길

2025.07.24 14:01:57 호수 0호

나주 벽돌 공장서 집단괴롭힘 촬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 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결박된 채 공중에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인권 유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이주노동자 권익단체인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영상 속에는 한 30대 남성이 벽돌과 함께 몸이 비닐로 묶인 채 지게차에 의해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담겼다.

운전자는 결박된 채 움직이지 못하는 노동자를 인위적으로 들어 올려 공장을 이동하며 시연하듯 행동했고, 지켜보던 주변인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휴대폰으로 촬영하거나 비웃는 반응 등을 보였다.

심지어 한 남성은 허공에 매달린 노동자에게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위협하는 듯한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는 스리랑카 국적으로,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이달 초 촬영된 것으로, 해당 공장에는 20여명이 근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무시당하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주노동자를 사람 아닌 도구로 여기는 반인권적 현실이 집약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선 해당 사건을 두고 단순한 일회성 가혹행위가 아니라, 국내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차별과 열악한 노동 환경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에도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난방 없이 지내다 저체온증으로 숨진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 사건으로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며 일하고 있는 외국인의 약 17.4%는 어떤 형태로든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전문 취업(E-9)비자를 가진 노동자의 경우, 출신국(30.4%)이나 언어 능력(44.1%)으로 인한 차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통 농업, 축산업, 건설업 등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Difficult, Dirty, Dangerous)을 중심으로 고용된다.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등 다방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 제도적 보호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통 이주노동자등의 경우, 고용허가제 제도 아래에선 사업장 변경이 어려워 권리를 침해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법적 보호를 받기까지 현실적인 제약도 뒤따른다. 이로 인해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에서의 부당한 행위를 감내하며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계와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한 가혹행위 차원을 넘어서,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며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고 앞으로 외국인노동자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예방 감독도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 대한민국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 각지에서 고초를 겪었고, 그 수고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생업을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이 귀하듯,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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