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한 이유

2025.07.01 17:52:42 호수 0호

“전재수 후보자와 공개 토론” 제안
해수부 노조 “준비 부족한 껍데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정부세종청사 소재의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던 최민호 세종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선다.



최 시장은 1일 세종시청에서 시정 3년 성과와 향후 방향을 설명하면서 “오는 2일부터 사흘 정도 정부세종청사 내 해수부 정문 앞에서 ‘해수부 이전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를 비판하는 선정적인 문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해수부 부산 이전이 예상 외로 조속히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정부 부처의 위치를 옮기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며 560만 충청도민뿐만 아니라 인천, 전북, 전남 등 해양 수산 관련 지역민과 국민들의 관심사”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북극 항로 전진기지로 부산을 지목한 데 대해선 “북극 항로 개척에 전 세계가 달려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선도적으로 달려드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일본, 중국 등”이라면서도 “그러나 주관 부처인 해양수산부, 환경부, 외교부 등은 다 각국 수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 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과 북극해를 따라 연결되며 아시아와 유럽 간 거리를 최대 40%까지 단축 가능한 새로운 해상 물류 항로로, 최근 북극 해빙이 줄면서 미래 물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6·3 대통령선거 기간 당내 경선 유세에서 “북극 항로 개척 등 미래산업 전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물류와 산업 중심의 해양 수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의 해양 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 집행을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 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란 국가적 과업을 책임지는 세종시장으로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다른 방안은 없는지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솔직하게 토론해 국민들이 충분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가에선 이 대통령이 당초 공약했던 바 있는 만큼 반대 의견이 나오더라도 실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이를 ‘국민 체감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하면서 이전론에 불을 붙였다.

이날 해수부는 ‘북극 항로 태스크포스(Task Force, 이하 TF)’를 꾸리기도 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북극 항로 TF는 상업화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판단해 조선, 금융, 에너지, 제조업 등 관련 산업과 연계 효과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북극 항로 TF 관계자는 이날 “당장 북극 항로가 당장 상업화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항로 개발 거점 육성,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구축 등을 추진해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해수부가 이를 구체화하면서 민간 전문가, 관계 부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와 정부는 청사 이전으로 국립수산과학원, 해양과학기술원 등 부산 내 공공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해 정책 수행에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광역시는 지난달 26일, ‘해수부 이전 지원팀’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해수부 이전이) 단순한 공간 이동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의 출발점이 되도록 힘을 쏟겠다”며 반겼다.

다만 이재명정부의 해수부 이전에 대한 반발 의견도 거세다.

해수부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 직원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속도와 형식만이 앞세워졌다”며 “해양 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명확한 정책 로드맵과 실행 가능한 예산, 정책을 뒷받침할 인력과 기능이 먼저 준비돼야 하는데, ‘신속히 이전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껍데기뿐인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위가 해수부에서 제시한 2029년 이전 계획을 질타한 데 대해) 북극 항로 개척과 해양 수도 추진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부산에 먼저 보내고 이후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주 여건을 검토한 뒤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법이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해수부는 특정 지역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전에서 열린 6·25 전쟁 제75주년 행사에 참석해 “시민과 해수부 공무원들, 관계기관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해야 하는데, 정권을 잡고 갑자기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라고 지시한 것은 행정 제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분명히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며 “졸속으로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해수부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내년 6월3일에 실시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지난달 25일,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해수부 이전에 대해 “지금 정부의 인사와 전반적인 정책을 봤을 때 대통령의 머릿속 최우선 순위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것으로 읽힌다”며 “(행정수도를 사실상 해체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재명정부가 정말 국가를 위한 미래의 청사진 차원에서 추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 후보자가 해수부 이전 실적을 쌓은 후, 내년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주장을 내놨던 바 있다.

신현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속한 이전을 지시하고서) 운영을 못하면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금 (부산시민에게) 민주당이 유능하구나라는 인상을 새기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해수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근혜정부 때도 전 정부였던 이명박정부에서 해체했던 해수부를 재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부산 이전 논의가 나왔으나, 세종시 행정수도 계획을 이유로 정부세종청사로 확정했다.

노무현정부 때도 “부산이 해수부의 기능과 맞다”는 취지로 부산 이전을 추진했으나 행정 효율성, 조직 안정 등 현실적 반발이 심해 백지화됐던 바 있다. 

지난 2000년, 노 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 시절엔 ‘업무 비효율’을 이유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노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앙 행정기관의 이전은 그 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바람직한 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차관은 국무회의와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결재 등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부처 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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