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어 사전

2025.07.01 08:06:39 호수 1538호

아침달 편집부 / 아침달 / 1만7000원

이 책에 담긴 모든 사람들이 ‘시’를 통해 만났다는 사실. 서로 친밀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일지라도, ‘시’라는 우연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마침내 ‘여름’이라는 필연으로 나란히 서게 됐다. 여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을 쥐고, 서로에게 기대어 의미에 의미를 더하는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됐다. 그렇기에 <여름어 사전>은 누군가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 새로운 의미로 맺혀가는 맑은 창이기도 하다.



책을 만드는 네 사람과 시집을 펴낸 서른아홉 명의 시인, 네 명의 독자가 여름이면 떠올리는 단어를 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부에 흐르는 여름 추억들부터 여름에만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들이 저마다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전해진다.

말하면 말할수록 다채로워지는 여름의 프리즘이 157개의 단어를 통과해 여름을 마주할 우리를 비춘다. 이 책을 통해 여름을 더 좋아하게 되거나, 자신의 지나온 여름을 떠올려 보느라 여름을 분주히 보내게 될 수도 있다.

ㄱ부터 ㅎ까지, 단어들은 질서에 맞게 순서대로 놓여 있지만, 이 안에 담긴 이야기는 서로 뒤엉켜 있다. 언제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다. 목차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먼저 읽어도 좋다. 읽다가, 그 단어를 쥐고 자신의 추억에 물수제비를 던져도 좋다.

조금씩 일렁이며 단어마다 간직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번져가는 일을 여름이라 생각했다. 서로의 팔꿈치가 닿는, 함께 손차양을 하고 찡그리는, 비를 피해 우연히 같은 처마 아래에 서 있는 일처럼.

이 책에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벌레 먹은 과일을 일부러 고르는 사람(단어 ‘굴타리먹다’), 봉숭아꽃과 잎을 다져 손톱에 물을 들이는 사람(단어 ‘꽃다짐’), 온 동네의 인심과 사랑을 느끼는 산책에 나선 사람(단어 ‘마실’), 인적 드문 여행지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단어 ‘배차 간격’), 버찌를 피해 끝끝내 가던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 여름을 만나는 사람(단어 ‘버찌’)등. 사람이 겪은 일이라 사람을 설득할 수 있고, 사람이 자라나 사람과 닿을 수 있는 간격을 알려주는 이 책은 여름을 열심히 살아낸 이들의 증언이자, 아름다운 목격담이기도 하다.


각 단어마다 사전적 의미를 함께 표기해, 그 의미로부터 얼마나 가까운 이야기인지 또 얼마나 멀어질 수도 있는지 헤아려볼 수 있다. 한 단어에 여러 사람의 의미가 적혀 있기도 하고, 국어사전에 등재돼있지 않았지만 필요했던 말들이 신조어로도 소개된다.

원고마다 집필한 필자의 이름이 실명 또는 별명으로 기재돼있다. 보다 더 진솔한 모습으로 여름에 동참하는 일을 궁리한 것이라 여겨주면 좋겠다.

여름을 부를 수 있는 어휘가 풍성해진다는 것은, 여름을 볼 수 있는 더 많은 눈을 가지게 된다는 것, 여름의 많은 별명이 생긴다는 것, 여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 이것이 문학과 여름의 상관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재된 157개의 단어가 그런 여름의 합심을 돕고, 여름을 건너는 징검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 바깥에는 훨씬 더 많은 여름에 관한 단어와 장면들이 있다는 것, 그 무궁무진함을 찾아 헤매는 것이 여름의 숙제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함께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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