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권교체 후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내년도 예산안에 해당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백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 시추 탐사 관련 정부 출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대신 남해 지역 예산을 예년보다 3배 이상 늘린 71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 심해에 매장된 가스전 개발을 목표로 추진된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2월, 1차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이 낮게 평가되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이 사업을 ‘대왕 사기 시추’라고 비판하며 예산 삭감을 주장해 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국가가 AI 연구에 필요한 최고사양의 GPU 3000장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을 사기 시추에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기업들은 수만 장의 GPU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수천 장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최고사양 GPU 3000장을 사서 AI 연구에 투자했다면 한국의 AI 연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겠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민주당 역시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가스전 시추 관련 예산 505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여기에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가 더해지면서 사업 축소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정책 공약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 실현’을 대표 에너지 공약으로 내세웠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의 일환이다.
정부는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올해 동해 개발 예산이 늘면서 남해 예산이 줄었기에 내년에는 남해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 정부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직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객관적인 정보에 기반해 실용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다만 업계에선 1차 시추 결과와 새 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업 지속보다는 중단 가능성이 더 높다는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기조 속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환경적 타당성을 객관적인 자료로 재검토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 역시 구체적인 보고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실용적인 관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탐사 자료와 1차 시추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입찰은 오는 20일 마감하며, 우선협상대상자 1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만약 선정된 기업이 충분한 투자를 한다면 정부 지원 없이도 2차 시추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는 곧 지분 확보를 의미하므로, 사업 결과가 좋을 경우 수익을 정부와 공유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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