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검·경 갈등 폭발 막전막후

2025.06.11 09:23:41 호수 1535호

비화폰 서버 두고 옥신각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찰이 받기로 한 상황서 검찰까지 가세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우선 검찰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검찰과의 ‘성과 배틀’이 불편하다는 분위기다. 경호처가 유독 검찰에만 호의적인 태세를 유지하면서 경찰에는 협조를 거부해 온 게 그 이유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지난해 12월31일바부터 지난 1월22일까지다. 포렌식은 마무리됐고 이제 비상계엄이 어떻게 준비됐는지를 들여다볼 차례다. 검찰도 비화폰 서버 확보에 동참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두 기관의 ‘경쟁 레이스’로 들어섰다.

판도라
열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1월22일까지 통화 기록을 이미 확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이 받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2일마다 자동 삭제되는데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대부분 복구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 관련 비화폰 등 19대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경호처는 초반과는 다르게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됐던 김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지휘권을 잃은 이후 서열 4~5위에 해당하는 경호처 지휘관이 ‘물밑 협조’하에 경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제출받는 현장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수사팀이 나타났다. 수사팀 소속 군검사 등은 경호처로부터 협조를 받았다며 비화폰 서버와 CCTV 영상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이미 경호처와 수차례 협의해 확보한 자료라며 검찰이 끼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검찰이 그간 삼청동 안가 CCTV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던 사실도 불만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경호처 협조를 거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일 뿐 경찰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새치기가 아니면 뭐냐? 몇 달 동안 경호처와 협의 끝에 겨우 확보한 중요한 자료”라며 “갑자기 이제야 요청하는 건 경찰에 수사 실적을 뺏기지 않으려는 저의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비화폰 서버 확보에 성공하면서 내란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경찰은 비화폰 서버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서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이 지난해 12월6일 원격으로 삭제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 끈질긴 물밑 협의 끝에 겨우 확보
검 끼어들기 논란 “경호처 먼저 연락”

12·3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이자, 홍 전 차장이 ‘대통령이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했다’고 폭로한 날에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김 전 서울청장의 비화폰이 삭제된 것이다. 이 외에도 복구된 비화폰 서버에는 통화·문자 내역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고 서버 분석 과정서 추가적인 정황이 포착됐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가 상당한 만큼 내용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높다. 경찰은 내란 혐의 관련 국무위원들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번에 경찰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하거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와 관련된 자료로 한정된다.

내란 혐의와 관련된 핵심 자료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범죄 혐의의 증거 활용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재판서 증거로 쓰이려면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경찰에 사실조회를 하거나, 별도로 법원이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경찰은 삭제를 지시한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불상자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7일, 김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도 증거인멸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수단은 지난달 30일, 김 전 차장을 불러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실무진에게 연락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을 보안 조치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하고 누구 지시였는지 추궁했다.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한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이 이뤄지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된다.

지시자
윤석열?

김 전 차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연락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네가 통신을 잘 안다며.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첫 통화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전 차장은 즉시 경호처 통신 담당 실무진에게 전화해 보안 조치를 지시했다. 실무진은 김 전 차장에게 “누구 지시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실무진과의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최근 경호처로부터 확보한 통화 내역 등이 증거로 제시되자,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보안 조치)은 경호처 실무진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실무진들은 보고서 등을 쓰며 “증거인멸에 해당돼 로그아웃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장은 간부회의 등에서 수차례 “보안 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경찰보다 늦었지만 비화폰 서버 자료를 확보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곽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대상이다.

김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계엄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기록도 포함됐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이른바 ‘최상목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보란 듯이
수사 경쟁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의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 수사보고서에는 노 전 사령관이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이 비상계엄 관련 주요 문건서도 발견됐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검찰 특수본은 제목이나 목차가 표기된 방식과 단락 구분에 사용한 기호 등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확보한 여러 한글 파일 문서를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과 비교·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 주거지서 압수한 USB 속 파일과 비상계엄 관련 서류는 모두 큰 목차에서 작은 목차로 내려갈 때 ‘■, ▲, o, -’ 순으로 기호가 매겨졌다고 한다. 그중 ‘o’ 표시를 할 때는 한글 프로그램 특수 문자 중 라틴 표기가 활용됐는데,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서도 이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무위원 등에게 건넨 문건 중 실물이 남아있는 건 최 전 부총리가 받은 게 유일한데, 이 문건과 비상계엄 선포문이나 포고령 1호 제목은 ▲가운데 정렬 ▲밑줄 ▲진하게 등의 동일한 처리가 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특수본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 작성 주체가 확인이 안 된 만큼, 이를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작성자일 가능성도 검토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비화폰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때문에 비화폰 기록 분석 과정서 공소장 변경이나 증거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

민간인 노상원·김건희 통화 기록 확인
일부 국무위원 출국금지 물증 확보했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 분석 과정이고 핵심 증거가 발견된다면 보완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10분가량 울분을 토하며 개인적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이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영부인 특검법 얘기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헌법재판소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그는 “어떤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 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들이다. 대통령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저는 그 당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헌재서 언급됐던 또 다른 증언도 주목받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김건희씨와 계엄 전날(지난해 12월2일)과 당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이날 저녁 김씨가 조 원장에게 문자 두 통을 보냈고, 다음날 아침 조 원장이 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찰과 검찰 간 갈등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비상계엄·주가조작·공천 개입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구체적 수사는 특검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서 전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혔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개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각각 파견검사 40명 등 총 205명 규모로 170일간, 채상병 특검법은 파견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로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3개 특검이 동시에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파견검사 수만 100명에 이르는 규모다. 특검 출범 시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개 특검
처리 예고

특히 내란 특검법의 경우 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특검법 수정안이 제출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오후 기존 발의한 법안서 파견 검사를 40명에서 60명으로,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을 각각 80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특별검사가 추천하는 특별검사보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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