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엔 왕족이나 귀족의 아이가 태어날 때, ▲산모를 도와 아이가 잘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파 ▲6-7세 될 때까지 젖을 먹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피는 유모 ▲15~16세가 될 때까지 일상적인 시중(의복·식사·교양 등)을 들고 학교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면서 교사 역할을 하는 몽학선생이 있었다.
산파는 출산 경험이 있고 지혜로운 여자 노비여야 했다. 유모는 성실해야 했고, 유사시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므로 건강한 여자 노비여야 했다. 몽학선생도 노비 중 건강하고 영특한 남자 노비여야 했다.
이들은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시 일반 노비로 돌아가야 했다. 산파는 산모와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안정을 찾으면, 다시 왕족이나 귀족의 안가를 떠나 일반 노비로 돌아갔다. 산파가 아이의 첫 울음소리나 첫 표정이나 건강 정보를 잘 안다 해도, 안가에 계속 남아 유모 역할을 할 순 없었다.
유모는 아이가 6~7세가 돼 학교에 입학하면 안가를 떠나 다시 일반 노비로 돌아갔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잘 안다고 해서 몽학선생 자리를 넘보진 못했다.
몽학선생은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 왕족이나 귀족의 품격을 갖추고 백성이나 가문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성인이 될 때, 아이를 왕국이나 가문의 시스템에 맡기고 떠났다.
고대 그리스에선 왕족·귀족의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산파·유모·몽학선생이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이는 보조 역할일 뿐 진짜 중요한 역할은 가문의 시스템이 맡았다.
정부도 ▲산파·유모·몽학선생처럼 선거를 도와 새 정부 탄생을 돕는 1차 그룹 ▲새 정부가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는 2차 그룹 ▲새 정부가 시스템에 의해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구축하는 3차 그룹이 있다.
새 정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 3개의 Core Group(핵심그룹)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새 정부 탄생을 도왔던 1차 그룹이 자기 역할이 끝났는 데도 떠나지 않고, 계속 2차 그룹과 3차 그룹에 남는다.
편법을 써서라도 대선서 승리를 쟁취한 선거 전문가가 새 정부 기초를 만들 순 없다. 새 정부 틀을 짠 기획 전문가는 실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는 데도 욕심을 내왔다. 역대 정부 Core Group은 다 그랬다.
이제 우리나라는 다음 주면 제21대 대통령과 함께 새 정부를 맞이한다. 새 정부는 ‘통합과 개헌’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새 정부의 목표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외교·안보·통상 전략을 잘 짜 국가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필자는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새 정부 탄생을 위해 대선에 올인한 선거 전략 정치인을 절대 대통령실이나 내각에 기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 정부서 꼭 필요한 능력자까지 배제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 능력도 없는 자를 논공행상 차원서 중직에 기용해선 안 된다.
고대 그리스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면 산파가 스스로 떠나야 했듯이, 제21대 대선서 최선을 다한 일등공신도 스스로 대통령 주변을 떠나야 한다.
문재인정부 탄생 직후 대선 승리 일등공신 이호철씨는 “정권교체는 이뤄졌고, 제가 할 일을 다 한 듯하다”며, “마침내 저도 자유를 얻었다. 제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고 밝힌 후 외국으로 떠났다.
이번 대선 일등공신 정치인도 대통령실이나 새 정부의 주요 자리를 넘보지 말고 떠나야 한다. 일부러라도 새 정부와 멀리 해야 새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다.
학교 동기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필자도 열심히 도와줬다. 그러나 그의 당선 이후엔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고, 전화 통화나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다. 현재 그는 시기에 맞게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지금은 훌륭한 정치인이 돼 우리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새 정부와 새 정부 탄생 일등공신은 고대 그리스 왕족이나 귀족의 아이가 성장해 왕국과 가문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게 산파와 유모와 몽학선생이 아이의 보조 역할만 하고 떠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새 정부가 자리를 잘 잡도록 도와주는 2차 그룹과 새 정부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는 3차 그룹도 역할이 끝나면 떠나야 한다. 그래야 새 정부가 안정적인 국가시스템을 통해 국가 발전을 꾀할 수 있고, 그 새 정부는 우리 국가와 사회와 국민을 위한 정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필자가 이 칼럼서 말하는 Core Group은 대부분 국회의원을 말한다. 대선서 승리한 정당의 의원으로서 아무리 일등공신이라 할지라도 절대 새 정부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야 본인과 새 정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새 정부 탄생 산파 역할을 마치고 다시 국회로 돌아가는 의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의원은 물론 새 정부에도 힘찬 박수를 보낼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