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의 어느 날, 사회 과목 선생님이 “지금까진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했지만 오늘부턴 국가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론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에 대한 시험문제가 나올 경우 지금까지와 반대로 국가가 개인을 위한 쪽을 선택해야 정답이라고 했었다.
그 후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형이나 동생에게 피해가 안 되는 선에서 부모를 졸라서라도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우리 반 학생들은 담임선생님 덕에 다른 반보다 훨씬 많이 도시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철학과 교수는 “이기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지만, 개인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교수는 “과거엔 이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 성공했지만, 이젠 개인주의를 지향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필자가 중학교 2학년(1973년) 때부터 우리나라에 제도적으로 개인주의가 사회 전반에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실 이기주의가 팽배했을 땐 경쟁서 이겨야 했기에, ‘No. one’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고, 피터지게 싸우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는 레드오션 시대였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부터 우리 사회는 경쟁 구조보단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기가 있어야 성공하는 구조, 즉 ‘Only one’이 성공하는 시대가 됐고, 그래서 현대사회를 블루오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기주의는 전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중사회 속에서 ‘No. one’을 양산했고, 개인주의는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다중사회 속에서 ‘Only one’을 양산했다.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는 이타주의를 지향하는 도덕적인 잣대와 대립하면서 우리 사회의 한 축을 차지해 왔다. 그리고 이기주의의 ‘No. one’이나 개인주의의 ‘Only one’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견인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Only one’이 되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그래서 남다른 실력을 갖추면서 나만의 콘텐츠로 승화시켜 현실 속에서 월등한 경쟁력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Only one’의 의미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잘못 적용되면서 남과 다르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Only one’이 됐다고 착각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났고, 특히 젊은 세대는 미혼인 상태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기보다 홀로 독립해서 사는 편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Only one’을 응용한 ‘욜로(YOLO)족’이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욜로족은 아낌없이 자신만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사는 쪽을 택하는 자들을 말하며, 욜로는 'You Only Live On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그런데 1인 가구 중 욜로를 추구하며 만족도 높은 삶을 영위하는 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평생 욜로족으로 살아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경제력이나 가치관이 안정적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불안정한 직업과 저소득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가 잘못된 ‘Only one’ 정신으로 가득 차 있어 문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잘못된 ‘Only one’을 추구한 자가 ‘No. one’이 됐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세계 10대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 산업도 개인주의가 만들어낸 잘못된 ‘Only one’ 방향에 맞춰 돌아가고, 국민의 생각도 잘못된 ‘Only one’ 가치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No. one’이 됐다고 착각하고 있다.
사회 곳곳이 잘못된 ‘Only one’ 정신으로 가득해진다면, 우리는 다시 ‘No. one’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Only one’은 여러 명이지만, ‘No. one’ 은 한 명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필자와 같은 나이대로 초등학교까진 ‘No. one’을 추구하는 사회서 자랐지만, 대학교 때부턴 ‘Only one’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남들과 달리 특이한 경험을 통해 사법고시에 함격해 검찰총장이 됐고, 결국 대통령까지 됐다. ‘Only one’을 추구해 성공한 케이스다.
그런데 최근 잘못된 ‘Only one’ 정신으로 계엄을 선포하면서 우리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윤 대통령이 ‘Only one’을 ‘No. one’으로 착각한 것 같다. “지도자의 개인주의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익을 챙기는 것이지만, 지도자의 이기주의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No. one’ 자격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Only one’이 되고, ‘Only one’ 자격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No. one’이 되는 우리 사회가 돼야 한다.
연말연시를 맞이해 정부가 우리 사회 곳곳서 올바른 ‘Only one’이 추구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된 ‘Only one’이 추구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