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누티비’ 운영자 검거…불법 스트리밍 뿌리 뽑혔나?

2024.11.11 16:58:25 호수 0호

최근 불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검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지난 9일 ‘누누티비’ 운영자를 검거하고 그가 불법적으로 운영해 온 ‘티비위키’와 불법 웹툰 게시 사이트인 ‘오케이툰(OKTOON)’ 사이트 서버도 즉각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XX몬’ ‘XX핫’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마치 바퀴벌레처럼 밟아 죽여도 계속해서 새끼를 치는 듯한 불법 스트리밍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심각한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누누티비 사태’를 통해 드러난 불법 스트리밍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유사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 스트리밍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들 사이트는 불법 도박 광고 배너 노출 등을 통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얻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누누티비의 경우, 333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같이 높은 수익성이 새로운 사이트의 등장을 부추기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에 대한 단속은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수사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다. 게다가 차단시키더라도 도메인 변경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누티비도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메인을 변경하면서 불법 운영을 지속해 왔다.

OTT 소비자들의 편리함 추구도 불법 스트리밍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유혹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빠져든다. 하지만 이 같은 편리함 뒤에는 창작자들의 노력이 짓밟히고, 콘텐츠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영상저작권 보호협의체에 따르면 누누티비의 경우, 국내 콘텐츠 업계에 4조9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법 스트리밍은 단순한 저작권침해를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가성 없는 무료’라는 환상도 부추기고 있다. 마치 서점에 눌러앉아 책을 몰래 빼내 읽는 것처럼,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같은 환상은 결국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불법 스트리밍을 찾는 이용자가 꾸준한 데는 OTT 구독료 인상도 한몫한다.

실제로 티빙은 지난해 연간 구독권을 최대 20% 인상했으며, 디즈니플러스도 월 9900원짜리 요금제를 1만3900원으로 40% 올렸다. 또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추가 인원당 5000원을 더 내도록 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내외 OTT들은 구독료를 앞다퉈 인상했다. 이런 탓에 ‘디지털 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불법 스트리밍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 OTT 관련 업계, 정부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개인은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합법적인 콘텐츠를 이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OTT 관련 업계 역시 다양한 가격대의 합리적인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여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정부도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불법 스트리밍을 근절하고, 합법적인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 스트리밍은 마치 암과 같다. ‘모체’ 격인 누누티비는 폐쇄됐으나 제2의, 제3의 누누티비는 계속 운영될 것이고, 이를 방치한다면 결국 우리 OTT 업계 전체를 갉아먹을 것이다. 개인과 OTT 업계, 정부가 불법 스트리밍이라는 악성 종양을 제거하고,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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