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주인 없는 미래와 주인 있는 과거

2024.10.21 14:49:40 호수 1502호

미래는 주인 없는 것으로 가득하지만, 과거는 이미 주인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현재는 주인 없는 미래의 것을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고, 주인 있는 과거의 것을 지키거나 뺏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는 각축장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주인 없는 미래의 것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기보다 주로 주인 있는 과거의 것을 놓고 싸우며 발전해 왔다.

주인 없는 미래의 것을 갖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투자하는 현재가 돼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 있는 과거의 것을 갖기 위해 다투거나 전쟁을 하면서 인류 역사가 명맥을 이어왔다는 게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아직 주인 없는 미래의 가치를 얻기 위한 경기장이 돼야지, 이미 주인 있는 과거의 가치를 뺏는 도박장이 돼선 안 된다.

월드컵이나 각종 스포츠 경기는 전 우승자의 1등의 가치를 뺏는 경기가 아니고, 대회 기간 중에 주인 없는 새 우승컵을 놓고 경쟁하기에,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축제가 된다.

만약 스포츠 경기가 전쟁과 같이 주인 있는 것을 뺏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말 것이다.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주인 없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차지한 것이지, 주인 있는 과거의 노벨문학상을 뺏은 게 아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취소된 게 아니다. 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이 아름답다.

그런데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자격이 박탈되고 권한도 이양되는 경쟁이다. 그래서 아름답지 못하다. 대선이나 총선이 선거서 승리하면 미래의 자격을 갖는 동시에 과거의 권한도 뺏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애플,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의 경영전략도 타 기업의 것을 뺏는 데 두지 않고 미래가치를 찾아내는 데 두고, 그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 왔기에 존경받는 기업이 된 것이다.

주인 없는 가치로 가득한 미래의 것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론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전략이 있다.

블루오션(Blue Ocean)은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로, 한 기업서만 신기술에 의해 신제품이 개발되는 무경쟁 시장을 의미하고, 레드오션(Red Ocean)은 많이 알려져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한 특정 산업 내의 기존 시장을 의미한다.

창의력이 필요한 블루오션이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레드오션의 핵심은 이미 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것을 뺏는 데 있지 않고, 아직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획득하는 데 있다.

현재는 미래를 과거로 내려보내는 데 익숙해야지, 과거를 미래로 올려보내는 데 익숙해선 안 된다. 즉 현재는 주인 없는 미래의 것에 주인을 찾아주는 데 익숙해야지, 과거의 것을 소유한 주인을 몰아내는 데 익숙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주인 없는 미래의 것을 추구할 때 핵심 무기는 과학과 기술 등이 있고, 주인 있는 과거의 것을 지키고 뺏을 땐 핵무기 같은 군사 장비 등이 있다.

한국은 그나마 주인 없는 미래의 것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편인데, 북한은 아직도 과거의 것을 지키거나 차지하기 위한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애석하다.

우리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선 주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과거의 것, 즉 영토나 건물 등을 지키기 위해 튼튼한 국방력도 가져야 하지만 아직 주인 없는 것을 갖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는 주인 있는 육지가 29%밖에 안 된다. 국제법상 육지와 12해리 이내에 있는 바다(영해)까지 영유권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그렇다 해도 지구상의 주인 있는 영역은 30%에 불과하다. 주인 없는 바다와 하늘이 70%나 된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인류는 주인 있는 육지를 지키고 뺏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워왔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 대부분이 주인 없는 바다와 하늘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양 강국,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다행이다.

최근에 만난 모 물류기업 S 회장은 “기존 운송사업 영역에선 경쟁을 통해 타 물류 기업 물량을 뺏어와야 하지만, 아직 물류시장에 나오지 않은 금융 물류 플랫폼사업은 시스템만 잘 구축하면 경쟁 없이 많은 유저(User)를 확보할 수 있어 더 열심히 플랫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S 회장처럼 모든 분야서 주인 없는 미래의 아이템을 발굴해 국가적인 차원서 새 아이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개인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주인 없는 미래의 것을 얻기 위한 일인지, 아니면 누군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뺏는 일인지 꼭 점검해 봐야 한다. 그리고 주인 없는 미래의 것을 추구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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