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위장 계열사 논란

2024.09.05 16:41:58 호수 1495호

누락 당위성 여부 쟁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DB그룹이 생각지 못한 ‘위장 계열사’ 논란에 휘말렸다.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혐의다. 희미하게 연결된 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고의성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달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DB그룹 계열사들이 출연·설립한 재단·기업을 대상으로 DB그룹 포함 여부를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은 ‘동곡사회복지재단(이하 동곡재단)’과 이 재단이 지분을 보유한 사업법인인 ‘삼동흥산’ ‘빌텍’이다.

예의주시

공정위는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지정에 앞서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동일인(총수) ▲계열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등이 담긴 지정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허위·누락된 지정 자료가 있으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단순 실수로 누락 시 경미한 경고 조치로 끝나지만, 고의성·중대성이 인정되면 총수가 고발당할 수 있다. 검찰 기소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공정위에 등록된 DB그룹 계열사는 총 25곳이고, 이들은 큰 틀에서 사업 부문이 ‘금융’과 ‘비금융’으로 분류된다. 금융 계열사는 DB손해보험, 비금융 계열사는 지주회사 격인 DB Inc 휘하에 포진하는 양상이다.


DB그룹은 공정위에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할 때마다 앞에서 열거한 법인 3곳을 제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법인 3곳은 최근까지 DB그룹 계열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뒤늦게 DB그룹 계열사 현황에서 제외됐던 법인이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요건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만약 계열사 요건을 충족한다면 고의 누락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는 수순이 뒤따른다.

지분으로 얽히지 않았다는 게 DB그룹이 법인 3곳을 계열사 명단에서 제외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현재 DB그룹에 공식적으로 속한 법인 중 이들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곳은 없다.

사각에서 키운 존재감
희미한 듯 끈끈한 연결

그럼에도 공정위는 DB그룹과 법인 3곳 사이에 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충분하다고 본 것으로 추측된다. 

동곡재단의 경우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부친인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호를 따서 1989년 설립된 사회복지재단이다. 설립 당시 동부고속, 동부건설 등 DB그룹 계열사도 출연에 나섰다. 2022년 기준 동곡재단의 자산은 89억원이고, 46%에 해당하는 41억원이 주식으로 분류된다.

동곡재단이 주식을 보유한 사업법인은 6곳인데, 빌텍과 삼동흥산도 이 항목에 포함된다. 

2022년 기준 빌텍 지분 23.82%(2만3823주), 삼동흥산 지분 18.18%(4만주)가 동곡재단 몫이다. 빌텍·삼동흥산 주식의 가치는 동곡재단 장부에 33억원으로 기재돼있다. 총 주식가액(41억원) 중 80%에 달하는 비중이다.

1982년 10월 설립된 삼동흥산은 광업·도매업 등을 영위한다. 이 회사는 사실상 동곡재단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동곡재단이 보유한 삼동흥산 지분 18.18%를 제외한 나머지 81.82%(18만주)는 자기주식으로 분류된다.    

삼동흥산은 DB Inc와 같은 건물(서울 강남구 소재 DB삼성동빌딩)을 사용 중이다. DB삼성동빌딩의 원 소유주였던 삼동흥산은 지난 3월 DB Inc에 해당 빌딩을 약 858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커지는 논란

빌텍은 건물유지관리 및 시설관리용역을 목적으로 1998년 8월 설립된 법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동흥산 지분 57.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동흥산과 마찬가지로 DB삼성동빌딩에 둥지를 틀고 있다.

삼동흥산과 빌텍은 특수 관계인이 아닌 관계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총수 일가의 우군이 될 만한 위치다. 지난해 말 기준 삼동흥산과 빌텍이 보유한 DB Inc 지분은 각각 2.20%(443만7438주), 1.49%(299만1878주)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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