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벽산 후계자, 왜?

2024.08.22 14:12:51 호수 1493호

하루 멀다 하고 주식 매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벽산그룹 오너 3세가 지주회사 주식을 사들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계속된 장내 매수에 힘입어 개인 지배력이 꽤나 높아진 양상이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는 가족회사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위상이 어느 때보다 굳건해지고 있다. 



벽산그룹은 상장사 2곳(㈜벽산·하츠)과 비상장사 8곳을 포함한 중견 기업집단이다. 지배구조상 핵심 축 역할은 사업형 지주회사인 ㈜벽산 몫이지만, 정작 ㈜벽산은 오너 가족회사인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지배를 받는 위치다. 

장내 매수

2010년 4월 건축자재 및 난방장치 도매업 목적으로 설립된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벽산 지분 12.42%(902만827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큰 틀에서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벽산→하츠 등 계열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형태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음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지배구조는 2020년 3월경 완성됐다. ㈜벽산 최대주주였던 김희철 회장은 이 무렵 담보권 실행을 사유로 ㈜벽산 주식 603만5840주를 처분했고, 이를 계기로 ㈜벽산 주요주주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 회장이 처분한 주식 가운데 430만1357주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로 향했다. 얼마 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해 주식 320만주를 추가 획득하면서 ㈜벽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벽산그룹 오너 일가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지배함으로써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지분 100%를 오너 일가에서 보유 중인데, 사실상 김성식 ㈜벽산 대표이사 사장이 지배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1967년생인 김 사장은 고 김인득 벽산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졸업 후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으며, 2000년 ㈜벽산 전략총괄 전무, 2005년 ㈜벽산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김 사장은 그룹 계열회사인 하츠에서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하츠는 2008년 벽산그룹에 소속될 무렵만 해도 김 사장과 유세종 전 벽산건설 부회장으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꾸렸지만, 2009년부터 김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주주명부에는 ▲김 사장 ▲김찬식 ㈜벽산 부사장 ▲김주리 ▲김태인 ▲김태현 등 5인이 등재돼있고, 이들은 20%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 3인(김주리·김태인·김태현)은 김 사장의 자식이다.

직접 지배력 끌어올리기
남은 절차는 대관식뿐

김 사장은 최근 들어 ㈜벽산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벽산 최대주주라는 위상과 별개로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움직임쯤으로 읽힌다.

지난 1월18일 기준 ㈜벽산 지분 6.88%(471만8746주)를 보유 중이었던 김 사장은 지난 5월28일 보통주 1만1000주 취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식 매입 수순을 밟았다. 이날부터 6월4일까지 6차례에 걸쳐 총 13만2896주를 장내 매수했으며, 1주당 취득단가는 2022~2052원이었다.

주식 사들이기는 지난달 말까지 계속됐다. 김 사장은 지난 6월5일부터 17일까지 4차례 보통주 장내 매수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23일부터 30일까지 6차례에 걸쳐 보통주 14만6102주를 추가 취득했다. 

김 사장이 최근 두 달 사이에 벽산 주식 장내 매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약 8억원 수준이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5월 1억3900만원(6만7700주 취득) ▲지난 6월 3억6000만원(17만6539주 취득) ▲지난달 3억원(14만6102주 취득) 등이다.

김 사장은 총 16차례에 걸쳐 진행된 주식 장내 매수에 힘입어 ㈜벽산 보유 지분을 7.56%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쥐고 있는 13.36%를 합산하면, 김 사장의 실질 지분율은 20.92%에 달한다.


거듭 매입

일각에서는 향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벽산 지분 추가 취득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단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주식 취득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그간 그룹 계열사에서 일감을 받아 몸집을 불렸고, 자본금(5000만원)의 400배가 넘는 자본(223억원)을 쌓았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00억원, 총부채는 141억원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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