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일양약품 황태자 가시밭길

2024.07.25 14:36:38 호수 1489호

녹록지 않은 경영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양약품 오너 3세가 경영 일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착실하게 보폭을 넓혀 온 후계자는 어느덧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라선 상태다. 승계 작업이 완료되려면 갈 길이 멀다. 일단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게 급선무인데,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올해 1분기 기준 지분 21.84%(416만7794주)를 보유한 정도언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01년 부친인 고 정형식 명예회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고, 이듬해 6월 장내 매수를 거쳐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4개월 뒤에는 정 명예회장과 모친인 이영자 여사가 보유했던 주식 59만9127주(정 명예회장 54만1793주, 이 여사 5만7334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적통 후계자

정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사장은 올해 1분기 기준 일양약품 지분 4.08%(77만8877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정 사장은 2003년 회사 주식 25만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3%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07년에는 주식분할에 따라 보유 주식이 53만주로 변경됐고, 지분율은 3.65%였다.

정 사장은 2011년 4월 일양약품이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신주 11만주를 취득한 데 힘입어 지분율을 기존 3.68%에서 4.07%로 올렸다. 2020년 4월 회사 주식 70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9년 만에 보유 주식을 늘리는 등 추가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지분율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정 사장은 정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2006년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일양약품에 발을 디뎠고, 재경·해외사업 등의 업무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14년 전무,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핵심 부서를 거치면서 승진을 거듭했다.


발언권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4월 김동연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일양약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로써 정 사장은 2011년 사내이사 선임 이후 12년 만에 대표이사에 등극했다.

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일양약품은 ‘오너-전문 경영인’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회귀했다. 일양약품은 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2013년부터 전문 경영인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왔다.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일양바이오팜에 집중하는 양상은 정 사장이 일양약품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점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판 깔렸지만…실적 발목
갈 길 바쁜데 뒷걸음질

정 회장의 차남인 정 대표는 일양약품이 일양바이오팜을 인수한 2014년부터 일양바이오팜 경영을 도맡았고, 일양약품은 2020년 2분기에 일양바이오팜 지분 20%를 정 대표에게 매각했다.

이 무렵부터 관련 업계에서는 오너 3세 형제의 역할 분담이 선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이 일양약품, 정 대표가 일양바이오팜을 도맡아 운영하는 구도가 한층 굳건해졌다고 본 것이다.

정 사장에게 남은 관건은 어느 시점에 부친이 보유한 일양약품 주식을 흡수하느냐 정도다. 정 회장이 보유한 일양약품 주식은 지난 18일 종가(1주당 1만3400원) 기준 558억원으로 평가된다. 정 사장이 해당 주식을 온전히 흡수하려면 수백억원대 세금 부담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영 능력 입증 여부에 따라 정 회장의 지분을 흡수하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일양약품은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난해에 연결기준 매출 3705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38.5% 감소한 수치다.

일양약품만 놓고 보면 실적은 양호했다. 별도 기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90억원, 144억원이었는데, 전년 대비 매출은 240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 증가한 수치였다. 


반면 일양약품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계열회사들의 부진이 일양약품 연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양약품의 중국 현지 법인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는 2022년 85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2023년 47억원으로 44.7% 감소했다. 일양바이오팜은 지난해 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4%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남은 과제는?

올해 들어서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올해 1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784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36.3% 감소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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