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안병구 밀양시장 “어른들 잘못…반성·사과 못했다”

2024.06.25 16:40:54 호수 0호

25일, 80여개 시민단체와 대국민 사과
“자발적 성금모금 및 건강도시 만들 것”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안병구 밀양시장이 25일,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지역사회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 시장은 이날, 밀양시청 대강당서 시의회 및 80여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선 자리서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하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회복과 밀양시의 자정 노력에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날 안 시장은 공동 사과문 발표 뒤 현장 취재진의 질의응답 요청을 받자 “사과문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심산이었으나 취재진 입장에선 자칫 무성의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임기가 아닌 과거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을 깨고 공식 석상서 고개를 숙였다는 것은 그만큼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해자들의 신상이 특정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일었다. 밀양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상당수는 근무 중인 직장서 퇴사하거나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날 안 밀양시장의 대국민 사과를 두고 “왜 전직 시장이 아닌 현직 시장이 사과해야 하느냐?” “가해자들이 직접 나와서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 “사과에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등의 뒷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대국민 사과 유튜브 채널 대화창에는 “보여주기식이네” “당사자 가족들이 다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 "재조사 없는 사과는 쇼일 뿐“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재수사도 못할 텐데…” “이게 다라고? 당시 수사했던 경찰이나 검찰, 재판했던 판사는 왜 안 왔나?” 등 비판 댓글이 주를 이뤘다.

다른 일각에선 계속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사과문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감지된다. 실제로 가해자로 지목됐던 9명은 최근 경찰에 집단진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서 44명의 고등학생들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 고등학생들로 울산지검은 이들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아래는 밀양시, 밀양시의회, 밀양시 시민단체 합동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밀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년 전, 밀양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아직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많은 분의 공분과 슬픔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루 말하지 못할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했음에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하지 못했습니다.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불찰입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도시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범죄예방과 안전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에서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크나큰 아픔을 딛고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성폭력 없는 건강한 도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 6. 25. 밀양시, 밀양시의회, 밀양시 시민단체 일동

<park1@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