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 선택’ 국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임무

2024.05.07 15:27:22 호수 1478호

결국 혁신보다 안전빵 택했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혁신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랬더니 여전히 주류만 이끌고 가려는 모양새다. 누구든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라도 때려야 하는데, 먼 하늘만 바라보는 격이다. 도무지 나아지겠다는 의지도 없이 속절없는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4·10 총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성문만 내놓고 있다. 수습 절차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는 중이다. 총선 뒤 약 한 달이 지난 끝에 수습책보다는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앉히느냐에 혈안이 돼있었다. 방식은 개혁형이냐, 관리형이냐 두 가지 갈래였다. 

고르고 
골랐다

고민 끝에 국민의힘은 관리형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손을 들었던 인물도 있었으나 쉽게 결론짓지 못했다. 

지난 3일, 취임 입장 발표 기자회견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먼저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며 “보수 가치를 약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여러 인물들이 거론됐다. 중진 의원을 통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당 외부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누가 앉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의 명운이 결정될 중요한 사안이었다. 


여전히 국민의힘 내에선 주도권을 두고 다툼이 오간다. 공식적으로 큰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물밑 싸움이 치열한 모습이다. 극악으로 내몰린 상황을 종식시키기에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처음에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른 한편에서는 빠른 수습을 위해 지금의 원내대표가 뽑으면 된다는 의견이 대립됐다. 

결국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도무지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될만한 인사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6선)이 “헌신한 각오가 돼있다. 스스로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에 따르면, 몇몇 의원들이 조 의원을 추천해 윤 권한대행에게 의사를 전달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장고 끝에 국민의힘은 같은 달 29일, 당선인 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추대 작업에 나섰다. 총회 결과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당선인 총회를 통해 윤 권한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부여했다. 이후 윤 원내대표는 비교적 긴 시간 당내 중진들과 의견을 나누며 후보군을 좁혀왔다. 결론적으로 황 전 대표가 선임됐다.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반성문?
“독 든 성배 마시겠다” 조경태는 무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지 18일 만이다. 황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던 전당대회서 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 등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과 정치를 잘 알고, 당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등이 인선 배경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수락했다. 할 사람이 여러 명 있었으면 나서지 않았을 텐데, 당이 어려울 때 마다하면 안된다는 마음을 늘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윤 원내대표에게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는데, 지속적으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없어 당의 현 상황을 매듭지어야 하는 때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황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도권 내 5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과 쇄신의 그림을 그려 나갈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당선자 총회서 아무도 ‘황우여 비대위’에 대한 반기를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장일치로 의결돼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난한 인사라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나 혁신이 필요한 상황서 전당대회만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명분이 없는 인선이었던 데다 밖에서 볼 때 올드한 느낌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은퇴한 사람을 다시 세운다는 게 당 입장서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신한국당 소속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해 19대 국회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서 낙마한 뒤 국회를 떠났고, 당명이 바뀌는 동안 정치 일선을 떠나 있었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내 친박(친 박근혜)계로 불렸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대룰 과제
밑그림 담당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지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했던 2021년 전당대회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결국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한 셈이다. 황 비대위원장 앞에는 비대위구성등 여러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조만간 비대위원 지명 건을 의결해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비대위원 구성에는 과연 수도권을 안배한 인사를 합류시킬지가 관건이다. 

앞서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수도권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는 물론, 영남권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은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에게 역대급 패배를 기록했던 지역이었다. 서울에선 48석 중 1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고, 74석이 걸린 인천·경기에선 8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PK(부산·경남)·TK(대구·경북) 지역에선 오히려 결집 현상이 두드러졌다. 선거 막판 보수세력이 한데 뭉치면서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막아냈다. 

이런 상황서 수도권 안배 인사를 뽑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다름없다. 수도권 인사를 비대위에 참여시켜 수도권 민심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황 비대위원장이 총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세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전당대회 룰 세팅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룰인 당원 100% 투표를 어떤 방식으로 고칠지가 관건이다. 전대 룰 수정 당시에도 여러 말들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당시 룰을 고쳤다. 명분은 당 대표인 만큼 당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존 룰은 당원 70%, 여론조사 30%의 비율이었다.

당시 여론조사가 포함된 후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밀리자, 전대 룰도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전대 룰 변경을 두고 당내 곳곳서 반발이 심했다.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친윤, 비윤
누구 손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정일체의 강한 기조로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됐다. 결국 당에서는 대통령실에 이렇다 할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의도하는 대로 끌려만 다녔다.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당내서도 전대 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대 뇌관인 전대 룰을 황 비대위원장이 고칠 것인지는 추후 지켜봐야 안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친 윤석열)계는 전대 룰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본인들이 지난 전대 당시 급히 바꿔버린 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의 발언은 과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황 비대위원장이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계 사이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 친윤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또다시 국민의힘은 당정일체의 관계로 빠져들게 된다.

이미 대통령실은 비서실장에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대놓고 친윤 체제를 공고히 했다. 대표적인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김도읍 의원이 경쟁자로 분류됐으나,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비대위원장에게는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지점이다. 당과의 대통령실 관계 설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가 친윤이 당을 이끌고 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나설 경우 당내에서는 또다시 분란이 생긴다. 

이와 관련해 황 비대위원장은 “(당정 관계는)바꾸기보다는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기존 룰을 바꾸자는 의견이 많이 있을 때 검토하게 된다. 검토 절차가 당헌·당규에 규정돼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대 룰 변경에 다소 회의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비대위는 철저하게 사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질서에 맞게 하도록 돼있다. 모든 것은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선당후사 마음으로 수락” 당정 관계는?
당 일각선 “과연 개혁 잘될까” 우려 목소리

반면 수도권 당선인 중심으로는 전대 룰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실제로 김재섭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 전대 룰 변경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에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앞세워 중도층 포섭 구도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며 확장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순히 전대 전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잠시 거치는 직이라는 인식도 다수 있다.

하지만, 황 비대위원장의 숙제는 전대 룰만 있는 게 아니다. 우선 총선 참패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논의를 띄워야 한다.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 후 이유 등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탓이다.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다음 선거에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미 이번 총선 결과로 ‘영남당’으로 인식이 굳혀져버린 상황이다. 영남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면 보수의 궤멸은 예정된 수순이다. 여당의 역할을 복원할 방식 등도 미리 논의돼야 한다. 

재임 기간이 짧아도 현재 처한 상황을 뚫어낼 방안 마련은 필수적이다. 당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3년 동안 집권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은 벌써 4번째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툭하면 꺼내드는 체제서 누구든, 성공적으로 직을 마무리지었던 전례도 전무하다. 

이번 황우여 비대위 체제마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경우, 추후 대선 및 지방선거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당 주류는 영남계로 이들의 생존을 위해 비주류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불어닥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한
스타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비대위원장은 무리하지 않는 이른바 안전형 스타일로, 파격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황 비대위원장은 “과연 관리형으로 끝날 수 있겠냐는 생각이다. 쇄신의 목소리가 크고 당에서 해야 하는 당무가 있다”면서도 “하루 이틀, 미룰 일이 아니다. 새로운 당 대표가 뽑히기 전까지 여러 일을 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우여 비대위원장, 수락 고민했던 이유?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수락한 배경에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황 비대위원장은 직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바로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발을 좀 다쳤다. 사진을 찍다가 왼발을 접질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병원에 가 보니 봉숭아 뼈가 골절이 됐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압박붕대로 3주 정도 고생을 해야 한다. 완전히 붙으려면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비대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비대위원장도 쩔뚝이고, 당도 쩔뚝이는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하자, 윤 원내대표가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부탁한다”며 재차 설득에 나선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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