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왕회장과 귀뚜라미 승계 구도

2024.03.14 11:09:56 호수 1470호

안개 정국 후계자 대관식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귀뚜라미 회장이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4년 만에 이뤄진 경영 복귀다. 생각지 못한 오너의 귀환은 승계 구도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후계자들의 입지 확대에 제약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지주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 사업회사인 귀뚜라미를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최진민 회장·귀뚜라미문화재단→귀뚜라미홀딩스→귀뚜라미 및 사업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현 지배구조는 2019년 11월 사업회사 3곳(귀뚜라미·귀뚜라미홈시스·나노켐)을 쪼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완성됐다. 이 무렵 이들 회사는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됐고, 귀뚜라미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2개 투자 부문을 흡수해 통합 지주회사(귀뚜라미홀딩스)를 설립하는 수순이 뒤따랐다.

느닷없이…

그룹의 지배구조가 변모하는 동안 최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지주사 체제 전환 전 귀뚜라미 지분 25.16%를 보유했던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귀뚜라미홀딩스 지분율을 31.71%로 높였다. 여기에 귀뚜라미홀딩스 지분 16.16%를 보유한 귀뚜라미문화재단도 최 회장의 우호세력이다.

자기주식을 제외하면 최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올라간다. 의결권이 없는 귀뚜라미홀딩스 자기주식은 전체 지분 중 18.75%에 해당하며, 이를 감안한 최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39.03%다. 여기에 귀뚜라미문화재단이 보유한 지분을 합산하면 사실상 최 회장에게 60%에 가까운 지분이 몰리는 구조다.


이처럼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함에도 정작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 이후 경영 일선에서 오히려 멀어졌다. 2020년 1월부터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를 맡았던 건 그룹 경영관리본부장(CFO) 출신의 송경석 사장이고, 귀뚜라미는 최재범 전 경동나비엔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도맡던 구도는 최근 들어 크게 바뀐 모양새다. 최 회장의 친정 체제 구축 움직임이 표면화된 덕분이다.

지난달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는 곧 최 회장이 4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는 걸 의미했다.

4년 만에 예상치 못한 귀환 
이래저래 불명확해진 수순

귀뚜라미홀딩스 측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최 회장의 복귀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한 사업 전반의 기술적 대변화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 복귀한 이후 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예측하는 건 다소 힘들어졌다. 최 회장은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 최성환 귀뚜라미 전무와 차남 최영환 귀뚜라미 상무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힌다. 두 사람은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영역을 확대해 왔다.

1978년생인 최 전무는 2014년 귀뚜라미 평사원으로 입사해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고, 현재 귀뚜라미홀딩스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지난해 2월 귀뚜라미랜드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한 달 후 인서울27골프클럽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차남 최영환 상무는 2020년 1월 귀뚜라미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7월에는 주력 계열사인 나노켐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존재감이 한층 부각됐다.

반면 최 회장의 딸들은 주력 사업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장녀인 최수영씨는 귀뚜라미랜드의 사내이사, 삼녀인 최문경씨는 닥터로빈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인 최혜영씨는 별다른 보직을 맡지 않은 채 미국에서 거주 중이다.

현 시점에서는 부친의 커진 존재감이 후계자들의 영역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그간 관련 업계에서는 송 사장에 이은 후임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로 최 전무와 최 상무 중 한 명을 예상했지만,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향후 진행 방향을 속단하기 힘들어진 모양새다.


복잡해진 셈법

게다가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장남과 차남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넘겨받을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다. 최 회장의 자녀 중 귀뚜라미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건 최 전무(12.16%), 최 상무(8.40%), 최문경씨(6.67%) 등으로 국한된다. 다만 이들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을 합쳐봐야 최 회장보다 지분율이 낮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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