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지자체 통행료 막후

2024.02.20 08:45:28 호수 1467호

여긴 받고 저긴 안 받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 설 연휴,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면제됐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관리하는 몇몇 유료도로들은 지자체장의 승인 없어 통행료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고속도로’만을 한정하고 있는 유료도로법을 문제삼았다.



정부가 설 연휴 기간 특별 교통 대책으로 재정‧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관리하는 몇몇 유료도로에서는 통행료를 받아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설 연휴 국민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9일부터 12일까지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의 일환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왜 달라?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와 함께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도로가 그 대상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설 연휴 통행료 수입’ 자료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사이 면제된 고속도로 통행료는 625억원에 달했다.

설 연휴 첫날인 9일에는 159억원, 설날 당일인 10일에 173억원, 11일에는 156억원, 12일에는 138억원이 면제됐다.

설 연휴 기간 동안 고속도로의 통행료 면제는 유료도로법 제15조 3항에 근거한다. 유료도로법 제15조 제3항은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 관리권자는 설날·추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속국도를 이용하는 차량의 통행료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료도로에 통행료 감면이나 면제를 강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나 인천시, 화성시, 경남도와 같은 지자체들도 설 연휴 기간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했다. 경기도는 설 연휴 기간에 도가 관리하는 민자도로 3곳을 대상으로 무료 통행을 시행했다. 대상 도로는 ▲서수원~의왕고속화도로 ▲제3경인 고속화도로 ▲일산대교 등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지난달 제6차 국무회의서 ‘설 민생안정대책’의 하나로 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며 “고속도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하고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지난 추석과 같이 총 183만여대의 차량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보다 많은 차량이 혜택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설 연휴 기간 비봉-매송간 도시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다. 이는 화성시가 지난 2019년 체결한 화성고속도로주식회사와의 협약 때문이다. 앞서 시는 화성고속도로주식회사와 설이나 추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 통행료를 감면하고 이를 시가 보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비봉-매송간 도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통행료 면제를 선언하며 “통행료 면제로 설 연휴 기간 시민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화성지역 관광지 방문객이 증가해 지역경제에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설 연휴 동안 약 12만7000여대가 비봉-매송간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설 연휴 동안 관내 민자 터널인 원적산터널과 만월산터널의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의 ‘설 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인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정책에 따라 설 연휴에는 전국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면제되는 만큼 인천시도 이동이 많은 연휴 동안 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정체가 예상되는 인천가족공원 주변 도로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통행료 면제 정책에 동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민자고속도로 요금 면제
가장 많이 오가는 서울은 제외

경남도와 창원시는 관리하는 모든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했다.


경남도는 지난 5일 이번 설 연휴 기간동안 도와 창원시가 관리하는 도내 모든 민자도로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통행료가 면제되는 도로는 총 5개로 ▲마창대교 ▲거가대로 ▲창원-부산간 도로(불모산터널) ▲팔용터널 ▲지개-남산도로 등이다.

하지만 설 연휴 동안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돈독이 오른 게 아니냐’ ‘정부가 시행하는데 지자체서 시행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사람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서울이 서부간선지하도로 등 유료도로서 통행료를 받아 더 큰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번 설 연휴 동안 당초 휴일에 통행료를 받지 않는 남산터널을 제외하고 ▲우면산터널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용마터널 ▲신월여의지하차도 등에서 통행료를 징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한 번도 명절 기간에 감면을 시행한 적 없다”며 “일반적으로 법에서 지정한 전기차나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면은 시행 중이지만 명절 같은 경우 재정지원금에 대한 예산 협의가 안 돼 감면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어느 지자체는 감면하고 어느 지자체는 감면하지 않으면 지탄을 받을 수 있으니 고속도로에 한정하지 않고 유료도로로 폭을 늘려 달라고 몇 차례나 요청했다”며 “그렇게 되면 예산 편성 협의와 감면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속국도에 대한 감면은 중앙정부서 재정 지원을 해 준다고 유료도로법에 명시돼있지만 지자체가 관리하는 유료도로에는 그런 게 없다”며 “그렇기에 서울시는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만 혜택을 보는 것보다 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도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 보니…

전문가들도 유료도로법의 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모든 지자체서 동일하게 통행료 감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행정학과 교수는 “명절에 진행하는 몇몇 지자체의 유료도로 감면에는 많은 예산이 편성된다”며 “이런 상황에 현재 유로도로법처럼 재정 지원책이 없다면 지자체는 감면을 시도하는 데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료도로법은 중앙정부와 상관없이 지자체만의 책임으로 남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설 연휴 통행량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총 3071만명이 이동했다.

지난해 설 이동인구인 2787만명보다 10.2% 증가했다.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고속도로 총 통행량은 2721만대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이는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가 당초 엔데믹 이후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을 들어 예상했던 총 2852만명의 이동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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