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2인전 ‘미셀러니’ 나혜원·변진

2024.02.07 00:00:00 호수 1465호

그림으로 표현한 수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라흰갤러리서 나혜원·변진 작가의 2인전 ‘미셀러니’를 준비했다. 이들은 삶에서 묻어나는 신변 소재가 어떻게 독창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자기를 쓰는’ 수필적 발상과 형식을 통해 현실을 의미화하고 일상성을 일상성으로 극복하는 두 작가의 시선을 담았다. 



나혜원·변진 작가가 준비한 ‘미셀러니’는 서정과 지성에 토대를 두고 일상의 체험서 상상력을 동원하는 모범적인 형식을 문학으로부터 발견했다. 사소한 것을 헤아리는 섬세함으로 창작자의 체험을 드러내는 이 장르가 바로 미셀러니, 즉 경수필이다. 

수필화

전시가 말하는 수필의 진정한 의미는 가까운 대상으로부터 존재 이유를 생각하고 그것과 나의 관계를 관조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하는 데 있다. 수필의 본질을 고려할 때 두 작가의 작업은 마치 한 폭의 수필화처럼 스스로를 문학화하는 서정을 풍긴다. 

내면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를 작가인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전달하거나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독자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측면은 수필적 발상과 형식에 걸맞다. 수필적 발상의 관건은 보이는 것 같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심상을 삶으로부터 길어내는 데 있다.

두 작가는 사실 차원의 체험을 열린 눈으로 표현해 시각 예술의 맥락 안에서 이를 분명하게 구현해냈다. 


나혜원은 가족, 친구와 연인, 공간 등 친밀한 관계를 맺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밀접한 영역 안에서 포착되는 짧지만 강한 친밀감, 친밀감의 이면에 따라붙는 유약함과 잔혹성, 미성숙함 등을 소재로 삼았다. 

이번 전시서 나혜원이 자주 다루는 정물과 인물은 의도가 배제된 자연스러운 상황서 그가 인연을 맺은 대상이다. 작가는 그들과의 조우가 남긴 복합적인 인상을 재구성해 작업에 남겼다. 

나혜원의 수필적 발상은 이처럼 사적인 이야기를 거짓 없이 용기있게 발언해 그것의 공적인 울림을 확장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특히 물감에 오일을 다량으로 섞어 이미지를 수채화처럼 번지게 하는 작업 과정은 작은 터치 하나에도 운동성과 시간성이 가감 없이 발현되게 하면서 작가의 시선을 관람객에게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일상의 체험에 상상력 동원
일상성을 일상성으로 극복

조은영 라흰갤러리 큐레이터는 “친밀한 관계의 배후서 양가적인 맥락을 읽는 일이 종종 부끄럽고 사사로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혜원은 나를 드러내는 용기와 진실이 담긴 말의 무게, 바람직한 삶에 관한 내면의 확실성을 갖춰 관람객과의 진실한 소통을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변진은 일상을 말없이 오래 응시하면서 장소와 머무름, 소속과 일탈, 기거하는 공간으로부터 빚어지는 내적인 마찰 등을 작업에 옮겼다. 타인 속에 얽히고설킨 자신의 작은 존재를 타당하고 필연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려 존재의 역사를 세우고 실존의 의미를 모색하려는 의도다. 

변진은 일상의 흔적을 기록한 그림을 매개로 자아와 삶이 선순환적으로 소통하기를 추구했다. 그의 작업에는 뚜렷한 인물이나 내러티브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화면의 바깥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시선과 현실 사이의 유기적인 교류가 작업의 주제라는 것을 드러냈다. 

조 큐레이터는 “변진은 사사로운 체험을 극적인 장치보다 관조와 고백적 통찰로 다뤘다. 그의 그림이 소속감과 삶의 터전, 장소와의 관계를 맺는 문제 등에 대해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쌍방향 소통

라흰갤러리 관계자는 “나혜원과 변진이 준비한 2인전 미셀러니는 삶의 이야기를 나름의 렌즈에 맞춰 그려내는 두 작가의 작업을 조명해 그들이 풍부한 반향을 지닌 그림의 힘으로 어떻게 관람객 앞에 진지한 삶을 불러들이는지 살피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나혜원은?]

▲개인전
‘Short Film, Babylon Berlin’ 베를린(2023)
‘The Faces I saw’ 양림미술관(2021)
‘우리(Uri).zip’ BINCAN(2021)
‘ㄱHUNDOG’ Lily's Bar(202)

[변진은?]

▲주요 전시
‘자기만의 픽션’ 화성문화재단 공모전, 갤러리 바스캣(2023)
‘NEWE: Daily Collective’ 스토리칸x미아(2023)
‘대화의 시작’ 갤러리 온실(2022)
‘자라나는 실내_탈주의 전략들’ 반도문화재단 갤러리(2022)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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