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 겨냥 슈퍼개미의 도전

2024.01.11 17:43:55 호수 1461호

갈등 키우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다올투자증권 주요 주주 사이에서 경영권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순식간에 지배력을 끌어올린 2대 주주가 압박 수위를 높여 최대주주를 견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모양새다. 현 시점에서는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2대 주주의 진짜 노림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프레스토투자자문은 지난 12월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 아내 최순자씨가 다올투자증권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주주서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받은 성과보수액 중 일부에 대한 삭감 요구다. 

전면전 수순?

김 대표 측은 “다올투자증권은 2022년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회사의 손실 규모가 급격히 심화하고 있다”며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이 회장의 보수액을 삭감해 주주들과 임직원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7년 전부터 올해까지 받은 급여 총액은 128억6900만원이다. 성과급을 제외한 이 회장이 수령한 기본급과 업무추진비는 지난해 22개 증권사 개별 연봉 공개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 대표 측은 이 회장의 연봉 삭감을 주장하면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회사의 이연된 보수액 또는 지급된 보수액에 대한 조정·환수정책을 근거로 삼았다. 임원과 금융투자 업무 담당자의 비윤리적 행위, 법률 위반, 손실 발생 등의 경우 성과보수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대표 측은 “만기 연장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에 대한 만기 시점이 다시 도래하는 등 유동성 관련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자본비율은 274.33%로, 국내 27개 증권사 중 최하위권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자본확충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한 자본적정성지표 개선이 필요하다는 언급과 함께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및 무보증사채 등급과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김 대표 측이 발송한 주주서한을 단순한 경영상 요구가 아니라,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행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현 경영진과 김 대표 측 사이에 대립구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7년 다올투자증권의 전신인 KTB투자증권의 지분을 14%가량 확보하면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권성문 전 회장의 지분 전량을 넘겨받으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부실 경영 오너 책임 부각
경영권 VS 차익 진짜 의도는? 

이 회장이 지배하는 구도로 5년간 이어졌던 다올투자증권 주주 명부에 김 대표가 등장한 건 지난해 4월경이다. 다올투자증권 지분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던 김 대표 측은 이 무렵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집중적으로 주식 저가 매수에 나섰고, 급기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김 대표 측 합산 지분율은 14.34%다. 김 대표(7.07%), 최순자씨(6.40%), 김 대표의 가족회사인 순수에셋(0.87%)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최초 취득할 당시만 해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계획을 밝히며 ‘경영권 영향’으로 목적을 변경했고, 이 무렵부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대표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 다올투자증권을 상대로 회계장부·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김 대표 측은 가처분 신청 이유로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의 경영 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다올투자증권의 재무·회계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추가 지분매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PF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손실 66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 회장 측이 확실히 유리한 국면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합산 지분율에서 11%p 가까이 열세에 놓인 김 대표 측이 격차를 좁히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이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려면 만만치 않은 자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속내는?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김 대표 측이 적당한 시점에 차익을 남기고 지분을 청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소 수백억원 이상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투자에 따른 차익 실현을 추구하는 게 현실적이란 판단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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