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는 특례보금자리론 막전막후

2024.01.09 16:16:45 호수 1461호

갈수록 팍팍해지는 내 집 마련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이달 말에 종료된다. 성공적인 대출이라는 평가부터 이렇게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벌써 주택매매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11월30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이 42조7000억원(약 17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자금 용도별로는 기존 대출 상환이 28.1%, 신규 주택 구입이 65.2%, 임차보증금 반환이 6.7%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당초 공급 목표치였던 39조7000억원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그렇게 
사라지다

당초 특례보금자리론의 존재감은 컸다. 2022년 안심전환대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탄생하면서 출시 초반부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안심전환대출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신청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금액은 총 9조4787억원으로, 이는 목표였던 25조원의 37.9%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나치게 낮은 주택가격 기준 때문이다. 1단계 신청 대상은 주택가격 4억원에 소득은 7000만원 이하였고, 2단계의 경우 주택가격 6억원에 소득은 1억원 이하여야 했다.

6억원의 2단계도 4억원서 확대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10억원 선인 서울의 집값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출시된 게 바로 특례보금자리론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했고, 금융당국이 시도하고 있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일반형(집값 6억원 초과 혹은 소득 1억원 초과) 판매를 중단했지만, 우대형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는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 가입 허들을 낮추고 혜택을 한층 강화한 상품으로 지난해 1월 출시됐다. 구체적으로 주택가격 요건을 6억원 이하서 9억원 이하(일반형)로, 대출한도를 3억6000만원 이하서 5억원 이하로 각각 조정하고, 소득 요건이나 보유 주택 수 제한도 일부 완화했다. 

이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일종의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 폭증의 도화선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특례보금자리론은 성공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22년에 결혼한 신혼부부 A씨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이들은 당초 월세로 생활하다가 16평형 오피스텔 전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후 집주인이 집을 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팔렸고, 급하게 집을 이사해야 될 상황이었다. 이때가 지난해 10월이었다. 

목표 39조7000억원 신청은 42조원 이상
내 집 마련의 시작…“아쉽다” 의견 많아

집주인은 A씨 부부에게 11월까지 양해를 구하며 집을 비워줄 것을 부탁했다. 당장 전셋집을 찾다 보니 A씨 부부가 가진 돈으로는 다소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계속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이사 자체가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전세사기를 걱정하면서 집을 구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었다.

그런 와중에 집 근처에 24평형 아파트가 매물을 발견했다. 해당 아파트는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금액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아파트 매매를 결정하고 대출을 알아봤다.

당시 가능한 대출은 버팀목전세자금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이었는데,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나이 조건이 맞지 않았다. 바로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본 결과, 당시는 일반형이 중단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대형은 가능했다.

단, 현재 전세자금대출로 거주 중인 A씨 부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실행되기 전 대출을 전부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보니 다행히 ‘당일 상환 조건이면 가능’이라는 답을 받았다. 또 전세대출 상환 시 잔금은 매도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고, 나머지 차액은 매수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렇게 A씨 부부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매매를 시작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좋았던 것은 직거래 계약서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불가능했지만, 직거래로 계약하면서 부동산비도 아낄 수 있었다.


A씨는 퇴근 후 집주인을 만나서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그날 저녁에 바로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은 스마트주택금융 어플리케이션으로 오후 9시까지 가능했으며 잔금일은 지난달 4일로 결정했다.

허들 낮추고
혜택들 강화

특례보금자리론은 잔금일 한 달 전에 통지해야 하며, 대출 목적, 대출인 소득과 부채를 입력해야 했다. 주택 구매가 생애 처음이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상환방식도 따로 설정할 수 있었는데, A씨 부부는 40년 원리금 체증식 상환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대출금액을 일정한 기간 동안에 나눠서 갚는 방식으로, 상환기간이 길어지면 월 상환액이 낮아지고 짧아지면 반대로 금액이 높아진다.

대출 신청이 완료되자, 주택금융공사에선 “아낌e-보금자리론 대출신청 완료. 대출 심사 건이 몰리고 있어 상담과 심사가 지연되니 양해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큰 돈을 빌리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대출이 끝났다.

대출 신청 후 은행서 전화가 왔고 간단하게 내용을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금융거래확인서를 제출하고 서류심사가 들어갔고, 지난해 11월5일에 완료됐다.

이들은 은행에 필요한 ▲매매계약서(구입자금인 경우) ▲주소 변경 이력이 포함된 주민등록등본 ▲물건지 전입세대 열람내역 1부 ▲인감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들을 준비했다.

A씨는 은행에 가서 대출 당일날 어떻게 잔금이 처리되는지 물었고 은행원으로부터 “매도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며, 국민은행 전세 대출은 전부 상환되고 나머지 차액은 매수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추가로 대출 실행 전에 담당 법무사가 연락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일이 순조롭게 끝났다고 해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거래 신고나 각종 공과금 납부 등도 챙겨야 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A씨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신청부터 허가까지 시간 순서로 살펴보면 ▲10월24일 매매계약서 작성, 주택금융공사 어플로 아낌e보금자리 신청 ▲10월25일 콜센터 상담 ▲10월27일 추가 서류 요청 ▲11월6일 아낌e보금자리 심사 완료 ▲11월7일 은행 서류 제출로 정리된다.

A씨는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정말 영끌이 뭔지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자금리가 제일 중요하니 금리가 낮은 곳이 중요했다. 우리도 여러 가지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특례보금자리였다”며 “우리가 필요한 금액은 3억원 정도였는데, 사실 특례보금자리론도 엄청난 혜택은 아니다. 그래도 고정금리인 것,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체증식 원리금 상환으로 갚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서 대출 실행 후 금리가 더 낮아지면 다른 대출(대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또 원리금균등상환이 아니라 처음에는 돈을 적게 갚고, 이후에는 점점 더 돈을 많이 갚는 방식”이라며 “거의 10년간 대출한다고 생각하면 월 지출을 줄여 다른 대출로 건너뛸 수 있는 방식이라 좋다. 1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이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고 설명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덕분에 부담없이 집을 산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이 생기고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 최대 5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한 만큼 매물 거래가 활발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이 1월 말에 종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급매가 팔려나가며 시장이 잠시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중단되면서 매도인은 많은데 매수인은 없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부담 없이 집 산 사람 많았는데…
신생아특례대출 27조 지원되지만…

서울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같이 대출 가능한 금융상품이 종료를 앞두고 있어 집을 팔려는 사람만 많다. 매수자들이 줄어들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얼어붙은 최근의 주택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최근 주택거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899건으로 고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날 기준 11월 거래량이 1836건으로 줄었다.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거래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거래량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1월의 141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살 사람이 없으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929건으로 이는 1년 전인 5만513건에 비해 26.3% 증가했다. 같은 날 기준 경기지역도 13만8184건으로 전년(10만4916건) 대비 31.7% 늘었다. 인천도 2만5116건서 3만2021건으로 27.4% 증가했다.

이 같은 매수자 급감 현상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의 종료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의 판매중단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특히 6억∼9억원 이하 거래는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중단됐던 지난해 9월27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약 3달간 신고된 거래량은 총 48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 대출이 이어졌던 지난해 9월26일까지 거래량인 1만1139건보다 반토막 이상(56.1%)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27조원이 지원되면서 매수세가 생겨날 수 있지만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44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해 올해 주택 매수 세력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 진작 
효과 있나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보금자리론 대신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집 살 때 혜택을 주겠다는 등 정책 금융을 새롭게 내놨는데 정책자금대출의 수혜 범위를 기존보다 좁혀서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부동산가격을 떠받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도 비교적 자유롭고 부동산 수요 진작 효과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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