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직 사퇴…당내 거취 문제로 분열은 곤란”

2023.12.13 17:36:15 호수 0호

지난 3·8 전당대회 선출 281일 만에
입장문 통해 “행유부득 반구저기 심정”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선출 281일 만에 당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 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이 만류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 反求諸己·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불과 119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저도 이제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 부디 우리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대표의 거취에 대해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제기됐던 바 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내주겠다며 당 쇄신을 맡겼다가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았던 데다 최근 ‘내년 총션 서울 6석 확보’ 전망 보고서가 보도되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반면, 영남권 인사들과 친윤(친 윤석열)계 등 주류 인사들 사이에선 ‘명백한 지도부 흔들기’라며 김 대표를 옹호하기도 했다.

정가에선 이번 집권여당 대표의 공식 기자회견 형식도 아닌 입장문 배포 형식의 사퇴 선언을 두고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전대 직후 대표직 수락연설은 물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는 경우도 직접 취재진 앞에 서는 게 다반사로 통한다.

하지만, 이날 김 대표는 이메일을 통한 입장문 배포로 사퇴 선언을 대신했다.

단순히 입장문을 배포하게 될 경우, 취재진으로부터 언제 사퇴를 결심하게 됐는지, 추후 당의 진로나 비대위 구성 여부, 22대 총선 전략 등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공세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

심지어 김 대표는 자신의 SNS에도 동일한 내용의 사퇴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겁한 퇴장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정계에 몸을 담았다던 한 야권 인사는 “김 대표가 마치 도망치듯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왜, 언제쯤 사퇴를 결심했는지도(입장문에) 담기지 않았고 당 쇄신도, 수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서 무책임하게 나가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며 “과연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누리꾼들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 중 여당 대표가 SNS로 사퇴한다고 하니 나라가 이 모양 아니냐? 직장생활 했던 사람이 이렇게 했더라면 해당 분야에선 쪽팔려서 재취업하지 못할 것” “정당은 학교 학급에 비교하는 게 맞다. 의원들은 학생들이고 그들이 뽑은 대표는 반장, 원내대표는 부반장인데 저런 식의 사퇴 선언은 좀 아닌 것 같다” 등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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