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윤핵관’ 비상구

2023.11.13 14:25:20 호수 1453호

당 간판 떼고 친윤 연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희생을 강요하면 누구나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측근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혁신위가 윤핵관 세력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윤심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이를 거부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조용히 자신들의 지역구로 가 조직을 다진다. 내년 총선서 윤핵관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권고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친윤(친 윤석열)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공식 안건과 별도로 “당 지도부와 중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이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로 출마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내년 총선서 윤핵관의 희생을 요구한 발언이다. 

전전긍긍

윤핵관 세력은 인 위원장의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입장을 드러낸 이는 원내대표를 지냈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으로 그는 공개적으로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기현 대표의 경우 “영광을 다 이뤘다”며 최측근에게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입장은 사실상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핵관의 희생 안건은 혁신위 2호 공식 보고서 빠졌다. 혁신위가 다시 당 지도부에 공식적인 요구를 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출마, 험지 출마 발언은 권고 형식이었지만, 앞으로 지도부가 외면할 경우 후폭풍이 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한 김 대표의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혁신위와 최고위원회가 대립하는 구도가 설정될 가능성도 생겼다. 

이미 인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당 소속의 비주류 세력을 만나 지도부를 압박하는 행동을 취한 바 있다. 인 위원장과 만난 홍 시장은 “‘듣보잡’이 설친다”며 국민의힘 주류 세력을 향해 날을 세웠다. 홍 시장이 언급한 듣보잡의 대상은 친윤 세력과 윤핵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험지 출마에 관해 아직까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설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보고된다고 해도 지도부가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혁신위 희생 요구…강도 높은 압박
거부하고 지역구 사수 의지 드러내

이와 관련해 혁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 지도부가)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여전히 살아있는 이슈다. 당사자들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고민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핵관 세력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자신들을 향한 악화된 여론 때문으로 여겨진다. 여론전을 펼치면 윤핵관에게 상당히 불리해져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 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윤핵관을 비롯해 친윤계가 차출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1기 윤핵관 세력과 윤 대통령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핵관 핵심으로 통하는 장제원·권성동 의원이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해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윤핵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총선 전략을 설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파다하다. 이를 두고 윤핵관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팽당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윤핵관 세력은 정권을 교체했고, 윤석열정부를 만든 개국공신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첫 인선부터 시작해 당내 요직은 모두 윤핵관으로 꽉꽉 채워졌었다.

실세 중 실세였기 때문에 쉽게 권력을 놓는 것은 이들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윤핵관에게 희생하라는 압박이 가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용산 인사들을 꽂아 넣기 위해서 희생이라는 명분을 만들었다는 추측이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과 권 의원은 희생을 거부하고, 지역구를 사수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버스 90대를 동원해 자신의 지역구 외곽 조직 행사에 참석했다. 

여전한 세력·조직 과시
무소속 당선 이력 있어

권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를 옮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지역구 행사를 여럿 참석해 세를 과시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말, 강릉시 이장·통장·반장 한마음 대회와 강릉시 생활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주민 행사에도 참여해 지역을 챙기는 일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여전히 윤핵관은 당내 실세의 한 축이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직전 강서구 보궐선거 이후 패배 책임을 진다며 물러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공천에 앞서 영입될 사람에 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윤핵관 세력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칠 것으로 예상된다. 희생 안건이 공식적으로 지도부에 보고돼 의결될 경우, 총선 직전에 무소속으로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권 의원은 지난 총선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바 있다. 

장 의원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력이 있다. 특히 장 의원의 지역구는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PK(부산·경남)의 부산 사상구로 당을 보고 뽑는 지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19대 총선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역이었던 만큼 총선 때마다 주요 격전지로 꼽히기도 한다. 

일찌감치 험지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주 의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깃발을 꽂았다. 이들이 자꾸 세를 과시하는 이유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 누가 도전해와도 자신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여차하면 지난 총선 때처럼 당 간판을 떼고 출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윤핵관 중 불출마를 선언하는 인물도 더러 있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이미 임명직을 보장받는다는 조건으로 험지 출마를 거래했다는 말도 나온다. 

여차하면…


총선 시기와 맞물려 내년 5월은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개각을 단행할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은 당이 없어도 당선됐을 만큼 큰 조직을 가지고 있다. 당에서 등을 떠밀어도 별로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처럼 당이 없어도 스스로 원내에 진입할 힘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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