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그룹, 출혈 없는 대관식 준비

2023.10.26 16:48:28 호수 1450호

장남 힘 키우는 ‘우회 승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노루그룹 오너 3세가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부친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일부를 흡수하는 절차가 연이어 목격된 상태. 개인회사를 앞세운 우회 방식이 활용되면서, 후계자는 별다른 출혈 없이 부친 지분을 넘겨받는 데 성공했다. 



노루그룹은 2000년부터 한영재 현 회장을 축으로 하는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한 회장은 노루페인트의 전신인 대한페인트잉크에서 상무, 부사장를 거쳐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경영 일선에서 착실히 입지를 다졌다.

한 회장은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선 지 20년 넘게 경영 전반을 직접 살피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린 계열회사만 해도 ▲노루홀딩스 ▲노루페인트 ▲노루코일코팅 ▲노루케미칼 ▲더기반 ▲노루로지넷 등 6곳이다.

차근차근
예고된 수순

한 회장 밑에서 오너 3세인 한원석 노루홀딩스 부사장도 조금씩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1986년생인 한 부사장은 한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4년 노루홀딩스에 사업전략부문장(상무보)으로 입사했다. 

한 부사장은 입사 8년 만인 지난해 12월 노루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후계자로 낙점 받은 분위기다. 현재 지주사 업무부총괄을 담당하면서 12개 계열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노루홀딩스 지분 3.75%를 소유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 부사장을 축으로 하는 승계 절차를 예상하면서도, 경영권 이양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55년생인 한 회장이 여전히 왕성한 경영 행보를 보여주는 데다, 부자간 지분율 격차가 명확한 이유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 회장의 보유한 노루홀딩스 지분은 30.57%로, 한 부사장의 지분율을 월등히 앞선다. 상속 혹은 증여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한 부사장은 부친의 지분율을 따라잡기에 숨이 벅찰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한 부사장을 주목하는 눈이 많아진 건, 유의미하게 진행 중인 승계 준비 작업 덕분이다. 중심에는 한 부사장의 개인회사 격인 ‘디아이티’가 서 있다.

1994년 설립된 디아이티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영위하는 노루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로, 탄탄한 내실을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 91억원, 영업이익 18억원, 순이익 32억원을 달성했으며, 총자산 178억원 가운데 134억원이 자본으로 분류된다. 지금껏 1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쌓은 것으로 추산된다.

훤히 보이는 지름길    
잘 짜인 사전 작업…

디아이티는 지난해 5월 노루홀딩스 주요 주주에 등재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무렵 한 회장은 노루홀딩스 주식 60만주를 디아이티에 블록딜 방식으로 넘겼는데, 매각금액은 70억원(주당 1만1650원)이었다.

이로써 35.08%였던 한 회장의 노루홀딩스 지분율은 30.57%로 축소됐고, 디아이티는 지분 4.51%를 보유한 특수관계인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한 회장이 이어 디아이티가 2대주주에 등극했고, 한 부사장은 3대주주로 내려앉았다.

한 회장의 노루홀딩스 주식 매각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 회장으로부터 노루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디아이티가 한 부사장의 개인회사였던 까닭이다.

디아이티는 한 회장의 큰 누나인 한현숙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곳이었지만, 2019년 4월경 최고 경영진에 일대 변화를 겪었다. 한현숙씨가 대표이사직 사임과 함께 이사회 구성원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백을 메꾼 건 한 부사장이었다. 한 부사장은 한현숙씨가 내려놓은 디아이티 최대주주 지위를 꿰참과 동시에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았다. 이때부터 시작된 한 부사장의 디아이티 경영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한 부사장은 디아이티 지분 97.7%(자사주 2.3%)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디아이티의 노루홀딩스 지분확보는 한 부사장이 추가 자금의 투입 없이 노루홀딩스 지분율을 8.26%(한 부사장 3.75% + 디아이티 4.51%)로 끌어올렸음을 의미했다. 지주사 지분을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려면 적잖은 증여세 뒤따르기 마련인데, 우회하는 방식을 활용하면서 증여세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뚜렷해진
밑그림

디아이티를 활용한 한 부사장의 지배력 확대 수순은 최근 들어 한층 뚜렷해진 상황이다. 1년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된 노루홀딩스 주식 취득 수순이 뒤따랐다.

한 회장은 지난 10일 블록딜로 노루홀딩스 주식 35만주(주당 1만830원)를 디아이티에 매각했다. 지분율로 따지면 2.63%에 해당하며, 약 38억원 규모다. 한 회장의 노루홀딩스 지분율은 30.57%에서 27.94%로 감소한 반면, 디아이티의 노루홀딩스 지분율은 기존 4.51%에서 7.14%로 올랐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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